[뉴스핌=김지유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수출감소세 확대 등 국내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신흥국 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혀 기준금리 인하 여지는 남겨 놓았다. 금통위원 중 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의견도 나왔다. 반면 이주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불씨를 끄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한국은행은 16일 서울 남대문 본점에서 금통위를 열고 2월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 1.75%에서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한 뒤 8개월째 동결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금리 인하 바람직" 소수의견 나와…후폭풍 우려에 일단 동결
이번 동결 결정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금융권 안팎의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금통위에서도 8개월만에 소수의견이 나왔다. 하성근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간 소수의견이 나온 금통위의 다음 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수순을 밟아왔다.
이번 한은 금통위원들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금융시장 안정이 흔들리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금융시장은 주가와 국채 금리가 급락하는 등 최근 급격하게 떨어진 국제유가와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불안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엔화는 강세를 띄는 등 불안감이 커졌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자칫 기준금리를 내리면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금통위에 앞서 시장에서도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이달 채권시장 관계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9%가 금리동결을 점쳤다.
◆이주열 총재, 금리 인하 가능성 불식…"부작용 크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하에 대한 목소리를 인식한 듯 기자간담회에서 그 가능성을 불식시키고자 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함과 동시에 타국의 금리 인하 정책과도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때인 지금으로선 금리 인하 효과가 불확실한 데 비해 이에 따른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된다"며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의 경우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엔화 강세)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전 세계 중앙은행과 학식 높은 학자도 저성장·저물가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통화정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는 그 나라의 경제·금융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자국의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금리 수준은 실물경기의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에서 더 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세계경제가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금융·경제 상황, 국제 유가 움직임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며, 녹록지 않은 경제 여건임을 재차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기조가 유지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주요국의 통화정책 및 중국 금융‧경제상황 변화 등 해외 위험요인, 자본유출입 동향, 지정학적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