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김나래 진수민 기자] 국회에서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와 전자증권제도, 5억원 이상 임원 보수공개 등의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자본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모습 <사진=뉴시스> |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공매도 잔고 공시제가 포함된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대한 개정안이 통과됐다. 지난 2012년 공매도 잔고 보고제가 도입됐지만 이를 법률상 의무로 격상하고 보고의무 위반자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의 보수공개, 지난해 결정된 전자증권제도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 시행안도 포함됐다. 다만 한국거래소 지주회사전환을 담은 법안은 여야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번 의결에서 제외됐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이해당사자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과 관련해선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공매도 이슈로 몸살을 앓았던 셀트리온의 한 주주는 "기관들의 대차거래 때문에 주가가 그동안 성장하지 못하고 묶여있었다"며 "개미들 입장에선 무조건 환영할 일"이라고 반색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투자전략 노출 등을 우려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시행령에서 구체적 방안은 결정되겠지만 기존 보고제도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헤지펀드 사이즈가 3000~4000억만 돼도 왠만한 종목은 다 공시를 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법 통과로 투자전략 노출이 우려된다"며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미공개정보 이용에 따른 불공정거래 감시 강화로 리서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숏리스트가 공개되면 그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조건적인 공매도 규제가 이어지면 거래가 위축될 뿐 아니라 주식시장이 과열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공매도의 순기능이 작용하지 못해 버블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에 거래소 지배구조개편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 전환을 바탕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꾸린 거래소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여야 의원들은 거래소를 지주사로 전환한 뒤 본점을 부산에 놓는 안을 두고 민간 회사의 본점 위치를 지정한다는 부분에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 개정안 통과 실패로 금융위원회가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코스닥시장만을 따로 분리할 방안도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닥시장 분리는 법 개정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 이형주 금융위 과장은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는 코스닥 분리 등 다른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거래소와 정무위 역시 해당 법안의 연내 통과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무위는 총선 이후 여야 합의로 4월 중 마지막 임시회를 열어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을 추가 논의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비상대책회의 등을 진행하고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무조건 통과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거래소측 관계자는 "이번에 지주사 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해 아쉽지만 그동안 쟁점으로 다뤄졌던 부분들이 미세하게 조정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과거 공공기관에 지정돼 뒤쳐진 경쟁력을 확보키 위해 오는 4월 국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의 개별 보수 공개와 관련해선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법안 통과 이후 공동으로 자료를 내 "이번 개정안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개인정보 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높은 성과를 내 많은 급여를 받는 직원들까지 공개 대상에 포함돼 문제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회 한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기식 국회의원이 계속 반대해 왔지만 여당에 서민금융진흥원 설립법 찬성 대신 자본시장법(보수공개), 공정거래법(기존순환출자해소, 대기업·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보험업법 중 1개를 선택하라고 요구하면서 여당이 자본시장법을 선택해 의결된 것"이라고 통과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원회와 업계의 오랜 숙원사업도 해결됐다. 전자증권제도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주식, 사채, 국채 지방채 등 증권의 권리 관계에 대한 사항을 전자등록할 수 있게 됐다. 또 증권시장에 상장된 주식과 사채는 전자증권제도로만 유통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진작 도입됐어야하는 제도가 뒤늦게나마 도입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핀테크 활성화 등 국내 금융시장 인프라 업그레이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현재 실물로 발행돼 있는 주식과 채권들을 신속하게 전자화하는 것이 향후 중요한 숙제"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자본시장법 통과에 대해 이형주 금융위 과장은 "거래소 지주사 전환은 아쉽게도 통과되지 않았으나 이번에 통과된 자본시장 관련법안들은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꾸준히 추진돼 왔던 의미있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