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이후 미국 은행주가 급락한 가운데 월가의 금융맨들이 울상을 하고 있다. 주식으로 지급된 보너스에서 천문학적인 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
채권과 외환 딜링룸을 필두로 감원 한파가 그치지 않는 가운데 주가 하락이 뱅커들을 또 한 차례 강타한 셈이다.
가뜩이나 경영대학원(MBA) 졸업생들 사이에 월가보다 구글을 포함한 IT 업계의 선호도가 높은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기존 인력의 유출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맨해튼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1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골드만 삭스가 직원들에게 주식으로 지급한 보너스에서 4억달러를 웃도는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상황은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모간 스탠리 등 월가의 다른 투자은행(IB)도 마찬가지다.
IB들은 통상 연초 자사 주식으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며, 이는 수년간 매매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보호예수가 풀려 주식을 현금화할 때까지 평가손실이나 차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상황은 최악이라는 것이 월가의 얘기다. 연초 모간 스탠리 주가가 30% 이상 폭락한 것을 포함해 은행 주식이 극심한 ‘팔자’에 시달리면서 보너스에서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들 5개 은행이 2014년 초 지급한 주식 보너스에서 총 13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평가손실이 난 것으로 집계됐다.
컨설팅 업체 존슨 어소시어츠의 앨런 존슨 이사는 “최근 은행주 급락은 IB 업계의 딜러와 트레이더들에게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며 “전반적인 비즈니스가 크게 둔화되는 데다 보너스 평가손실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은행주가 내림세를 지속할 경우 두둑한 ‘몸값’을 제시하는 IT 업계로 이직하는 금융맨이 늘어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리크루팅 파트 애비뉴 그룹의 업체 스테이시 스티븐슨 대표는 “연봉 측면에서 금융업계의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다른 업계와 저울질하는 뱅커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월가의 한 뱅커는 “은행주가 20년래 최저치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주식 보너스 비중이 높은 이들에게 상당한 고통”이라고 털어 놓았다.
평가손실은 IB 업계의 전반적인 보너스가 줄어든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타격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월가 톱5에 해당하는 IB 업체들이 지난해 직원들에게 지급한 보상은 1130억달러로 5% 가량 줄어들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