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개점휴업을 연출하는 반면 인수합병(M&A)이 활황을 이루고 있다.
사모펀드를 포함해 투자 자금 회수를 추진중인 금융권이 주식시장의 급등락을 피해 M&A 시장에서 ‘출구’를 모색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9일(현지시각)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들어 첫 6주 사이 발표된 미국 기업 M&A는 1328건으로 집계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1440억달러에 달했다.
달러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는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07건, 1640억달러에 못 미치는 것이지만 대어급 M&A가 적지 않은 데다 IPO 시장과 비교할 때 시선을 끌만한 결과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보안시스템 업체 타이코 인터내셔널이 존스 콘트롤스를 200억달러에 합병하기로 한 것을 포함해 대규모 M&A가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18일 IBM이 건강정보 데이터 업체 트루벤 헬스를 2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이에 앞서 사모펀드 업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보안 업체 ADT를 70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기업 사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마비 증세를 보이는 IPO 시장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증시에 입성한 175개 종목 가운데 IPO 가격을 밑도는 기업이 7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IPO 금액 기준 상위 10위권 기업 가운데 9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상황. 175개 기업의 주가는 평균 20% 내린 상태다.
주식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데 따라 신규 상장을 계획했던 기업들은 연이어 발을 빼고 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20을 웃도는 등 급등락이 진정되지 않는 데다 원하는 프리미엄에 상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연초 M&A 시장이 성황을 이룬 것은 일종의 ‘풍선효과’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투자 자금 회수를 모색하는 금융권이 IPO 대신 M&A를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스케이든 아르프스 슬레이트 메거 앤 플롬의 켄 킹 M&A 파트너는 “최근과 같은 금융시장 상황에 M&A가 줄을 잇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투자 업체들이 프리미엄을 다소 낮추더라도 지분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단행된 M&A의 프리미엄은 30%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에서 소폭 하락했다.
릭 클리만 웨일 갓샬 앤 메인지의 파트너는 “지난해에 비해 프리미엄이 일정 부분 떨어졌지만 지분을 헐값에 매각하는 움직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킹 파트너는 “IPO 시장이 고전하면서 벤처 캐피탈과 사모펀드 업체들이 기존의 IPO 계획을 접고 M&A로 전략을 수정하는 움직임”이라며 “과거 IPO 시장이 투자 업계에 ‘출구’를 제공했지만 이 기능을 M&A 시장이 대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