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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경영인의 품격'이 실종된 신동주 공약

기사등록 : 2016-02-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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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없는 거액 실현 공약으로 임직원 마음 얻기 쉽지 않아

[뉴스핌=이강혁 유통부장] "글쎄요. 기-승-전-돈이라는 건데. 이걸로 임직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기업가, 경영인의 격(格)에 많은 의문을 들게 만듭디다."

최근 만난 한 재계 고위 인사는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과 관련, 지난 19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의 한국과 일본 양국 기자회견 소식을 접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경영권 분쟁 중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절박한 심정이라고 하더라도, 경영인으로서의 품격은 생각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이 관계자는 반문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롯데홀딩스 직원들에게 사실상 거액을 안겨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종업원지주회가 가지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전 사원들에게 공헌도에 따라 세법상 평가액으로 차등 양도하겠다는 것.

이 경우 일본의 직원들은 향후 롯데홀딩스의 상장에 따라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기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제안이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라면 종업원지주회 회원 한 명의 주식 가치는 약 25억원(1000주)에 이른다. 일반 직원들도 수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갖게 된다.

불법행위 없이 내 주머니에 평생 만지기 어려운 큰 돈을 넣어준다는 데 마다할 월급쟁이가 있을까.

신 전 부회장 측이 이번 회견을 준비하면서 '이 정도면 파격적인 제안이니 직원들이 동요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몇 십년 동안 일해야 벌수 있는 거액을 받을 수 있으니 롯데홀딩스 직원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는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현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지 중이다. 이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신 전 부회장 측이 뭉칫돈의 달콤한 사탕을 내민 셈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의 제안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다. 바로 경영인으로서의 품격(비전)이다. 이번 공약의 현실화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경영인으로서 회사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를 제시했어야 했다. 

국내 굴지의 그룹인 롯데가 아니더라도 경영인이라고 하면 그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다. 단지 이익을 좇는 개인과는 달리 경영인에게는 '다스리는 힘'이 있어야 한다. 경영은 '經(다스릴 경)'과 '營(꾀할 영)'으로 조합된 단어다. 이번 공약만 놓고보면, 신 전 부회장에게 '꾀하는 수'는 있지만 '다스리는 힘'이 있는지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직원들에게 '대박날 수도 있는 주식을 주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 대박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방법을 제시했어야 한다. 더구나 신 전 부회장이 전 직원들에게 양도하겠다는 주식은 자신의 것도 아니다. 사실상 종업원지주회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나눠주겠다는 것으로 그의 공약이 성립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를 바라보는 한국 롯데의 수많은 임직원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또 어떤까. 경영인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무게를 염려하고 신중해야 한다. 경영인의 한 마디에는 수많은 직원들의 안위가 달려있다. 또 기업의 존폐도 좌우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이번 발표를 통해 직원들에게 제시한 약속은 '가정(假定)'에 기반한다. '경영에 복귀하면, 상장에 성공하면, 회사 가치가 높아지면' 등이다. 경영인의 약속에는 진정성과 구체적 계획, 성공 가능성, 직원의 안위를 살피는 세심함 등이 담겨 있어야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의 이번 제안에는 그 부분이 빠져있다.

재계 고위 인사는 "기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직원들의 노력과 기여를 단지 돈으로 맞바꾸려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경영인으로서 구체적인 대안과 방법을 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고 했다.

신 전 부회장은 직원들이 왜 회사에 다니는 지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밥벌이의 고단함과 신성함을 곱씹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직원 본인과 가족들의 미래를 걸고 '가정'을 통한 파격 제안을 할 때 좀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가치를 인정받는 좋은 기업을 만드는 일. 이 선행 조건을 충족하며 거액을 실현시켜주겠다는 품격을 담아 제안했더라면 어땠을까. 그가 신동빈 회장 편에 서 있는 일본 임직원들의 마음을 자신의 편으로 돌려 세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유통부장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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