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사우디 아라비아가 배럴당 30달러 내외의 유가를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까.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밑돌 경우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재정적자를 모면하게 어렵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감산을 단행하지 않겠다는 사우디의 ‘배짱’에 투자자들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HIS CERA 위크에 참석한 자리에서 감산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그는 “산유량 동결을 놓고 산유국들과 논의를 할 수 있지만 감산을 단행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주 사우디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가 산유량을 지난 1월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합의하자 업계에서는 이를 첫 걸음으로 감산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이 때문에 유가가 상승 탄력을 받았지만 이날 사우디 측의 발언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장의 관심은 감산을 통한 유가 상승 없이 사우디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우디가 고집을 굽히지 않을 경우 파산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번지고 있다.
이날 미국 투자 매체 CNBC가 업계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현 수준에 머물 경우 사우디가 이르면 2018년 파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그 밖에 산유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쿠웨이트나 카타르 등 부유한 산유국의 경우 극심한 저유가 환경을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의 산유국은 극심한 재정적자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에 따르면 리비아가 재정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269달러까지 뛰어야 한다.
사우디 역시 올해 예산을 지난해 대비 13.8% 감축하기로 한 상황이다. 바클레이즈는 사우디가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올해 GDP 대비 12.9%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며 글로벌 석유 생산이 올해 1분기 하루 9500만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원유 소비는 하루 9400만배럴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유 수요가 단시일 안에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중론이다.
한편 이날 유가는 사우디 측의 발언이 악재로 작용, 전날보다 4.6% 하락한 배럴당 31.87달러에 거래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