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3일부터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했다.
더민주는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 지연 사태를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하고 본회의에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자 이에 반발해 법안 제정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 요구서를 제출하고 발언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필리버스터는 의회 안에서의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를 뜻한다.
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이날 오후 7시 6분 경 첫 토론자로 단상에 올라 24일 새벽 0시 39분까지 발언했다. 그는 총 5시간33분(333분)간 발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1964년 4월 세운 최장 발언 기록인 5시간19분(319분)을 갱신했다.
김 의원은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모두 읽고, 여당의 테러방지법을 저지해야 하는 이유 등을 언급했다. 발언 후 4시간이 지나자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김 의원에게 힘들면 다른 의원에게 넘겨도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나 김 의원은 계속해서 발언을 이어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단상에서 발언을 시작하자 탄성을 내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국민의당은 그간 더민주에 비해 테러방지법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이번 필리버스터에 동참키로 하고 김 의원의 토론이 끝난 후 문병호 의원이 두 번째로 토론자로 나섰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더민주 은수미 의원에 이어 네 번째 토론자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7시 30분과 자정에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오후 8시 40분 경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는 야당을 규탄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밖에는 대응책이 딱히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무제한 토론으로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야당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도록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무제한토론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물밑협상에 나섰다.
원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대테러센터를 국민안전처에 두자는 주장을 접고 이런 저런 조건으로 국정원에 두겠다고 제안했는데 제가 그건 이미 끝난 얘기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민주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민안전처 대신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안에 수용의사를 밝힌 것이지 국정원에 두는 안에 수용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더민주는 하루에 5명씩 조를 편성해 24시간동안 쉬지 않고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토론 중인 은수미 의원에 이후 박원석 정의당 의원, 유승희·최민희·강기정·김경협 더민주 의원이 이어갈 예정이다.
국회법상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 11일까지 토론이 가능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선거법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을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오는 26일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 토론'이 종료되면 곧바로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 여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함께 테러방지법이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스핌 Newspim] 박현영 기자 (young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