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브렉시트의 파장에 대한 우려로 영국 파운드화가 7년래 최저치로 밀린 가운데 헤지 비용이 급상승했다.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 투표를 앞두고 파운드화 약세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깔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4일(현지시각) 파운드/달러 환율이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40달러를 하회, 1.39달러 선으로 밀린 가운데 관련 포트폴리오의 손실을 헤지하기 위한 옵션 프리미엄이 크게 치솟았다.
영국 파운드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파운드화의 추가 하락을 예측한 투자자들이 잠재적인 손실 헤지에 나서면서 환율 내재변동성이 13.9로 뛰었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은행(IB) 업계의 외환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파운드화가 현 수준에서 최대 20%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고조되면서 파운드화의 변동성 역시 동반 상승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향후 6개월 사이 파운드화의 변동성이 약 8%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파운드/달러 환율이 1.28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파운드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대형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추가 헤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파운드화의 변동성은 지난해 11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에게 EU 탈퇴와 관련한 서신을 보낸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화의 6개월물 콜옵션과 풋옵션의 가격 차이는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2008년 11월 수준으로 상승했다.
유로화 역시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의 변동성은 이날 0.57 상승한 11.66을 나타냈다.
6월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탈퇴가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는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 경우 파운드화의 하락이 추가로 이어질 여지가 높기 때문에 6개월 이상 헤지를 설정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얘기다.
리처드 코치노스 씨티그룹 외환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파운드화 풋옵션 거래가 크게 늘어나면서 변동성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라며 “브렉시트에 따른 손실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대폭 강화하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자산운용사는 물론이고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 대형 장기 투자자들이 지난 2012~2015년 사이 영국 파운드화 표시 자산을 활발하게 매입했고, 헤지 수요가 급증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