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국제유가에 대한 유력 분석기관의 전망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
지난 24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에도 수급 균형이 나타나기 어렵다면서 저유가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에너지 업체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지는 등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중국 중심으로 원유 수요가 반등하면에서 유가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 피치, 올해 평균유가 45달러→35달러 하향
피치는 세계 원유시장 공급과잉이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며 내년이 돼야 균형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지난 1월에 예상보다 많은 양의 석유를 생산해 공급과잉 현상이 해결될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 역시 전망보다 부진해 수요 증가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피치는 또 내년에 원유 시장이 수급 균형을 이루더라도, 현재 쌓여 있는 재고량을 소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유가 반등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피치는 올해 국제유가 평균 전망치를 종전 45달러에서 35달러로 하향했다.
이처럼 저유가가 오래 지속될 경우 에너지 업체들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피치는 2016~2017년에 걸쳐 유동성에 제약을 받는 기업 수가 늘어날 것이며, 이들은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도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60% 증가한 것도 유가에는 부정적인 소식이다.
청정 에너지 관련 시장정보 제공업체인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는 전기차 수요가 현재와 같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경우 이르면 2023년에 전세계 원유 수요가 200만배럴이나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원유 수요 및 공급 추이. 올해 4분기에서 내년 1분기 경에 원유 시장에 수급 균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료=국제에너지기구(IEA)> |
◆ 골드만삭스 "중국, 원유 수요 증가할 것""
반면 골드만삭스는 수요 측면에서 보면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전세계 원유 수요는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 부족하지만,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 다시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이 포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올해 말부터 소형 승용차에 대한 세금 인하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작년 11월 이후 신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올해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판매 증가세(4.7%)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말까지 1.6리터 이하의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 구매시 세금을 종전 10%에서 5%로 인하했다. 최근 신차 판매가 증가한 것도 이러한 정책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따라 올해 중국의 원유 수요가 일일 20만~25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의 원유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인도의 원유 수요는 일일 43만1000배럴 증가했다. 이는 연간 기준 13% 증가한 것이다. 작년 1월에 연간 증가율이 8%였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증가세로 해석된다.
골드만삭스는 길게 보면 미국의 원유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 소식은 국제유가에 악재로 작용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만큼 수요 증가를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전주보다 350만배럴 증가한 5억760만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규모일 뿐 아니라 240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치도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전세계 원유 수요량. 올해 1분기 이후는 예상치. <출처=국제에너지기구(IEA)>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