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분양 주택에 대한 은행권의 집단대출이 강화되자 건설사와 청약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은행권이 건설사의 집단대출 요청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은행에 더 높은 금리로 집단대출을 받거나 아예 저축은행과 같은 2금융권을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예전보다 많은 이자를 주고 대출을 받아야 하는 수요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2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회원사의 집단대출 거부 또는 조건부 대출 승인 규모는 지난 1월말 기준 약 5조2200억원이다.
집단대출이란 아파트 분양사업장에서 건설사(또는 시행사)가 은행을 섭외해 수분양자들에게 중도금 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 1월 기준 집단대출 평균 이자율은 연 2.98%다.
집단대출 거부 규모는 총 1만5400가구로 대출규모는 2조4000억원에 이른다. 대출은 해주지만 이자율을 높인 경우는 1만8600가구(2조8000억원) 수준이다.
대출규제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집단대출 거부나 이자율 인상 규모가 1만3000가구(2조1000억원)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석달새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은행의 집단대출이 어려워지자 수분양자들이 내야하는 중도금 대출이자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높은 계약률에도 불구하고 집단대출을 거부당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우방이 광주광역시에 공급한 '우방아이유쉘'은 계약률이 90%를 넘어 '성공한 단지'로 꼽힌다. 하지만 은행은 집단 대출을 거부했다. 자체 대출 금액 한도를 넘어섰다는 이유에서다.
우방은 다른 은행에 집단대출을 요청해 지방에 있는 은행으로 대출 기관을 확정했다. 기존 조율했던 은행이 제시했던 금리 2.8%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아진 3.9% 수준이 됐다.
제2금융권으로 대출처를 바꿔 탄 사업장도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 1월 분양한 동탄2신도시 '금호어울림 레이크'(812가구)의 집단대출을 제2금융권인 신용협동조합에서 받기로 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 3주만에 '조기완판'됐지만 은행은 집단대출을 거부했다.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했지만 중견건설사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금오어울림레이크 수분양자들은 지난 1월 집단대출 평균 이자율을 훨씬 상회하는 연 3.9%의 대출이자를 내야할 실정에 놓였다.
은행권이 집단 대출을 수용하는 대신 대출 이자율을 올린 사업장도 있다. 지난해 8월 중흥건설이 수원 광교신도시에 분양한 '중흥S클래스'(2212가구) 분양계약자들은 연 3.45%의 대출 이자율을 물어야한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주변 ‘광교 C3 아이파크’, ‘광교 C4 더샵’이 연 2.5% 미만의 대출이자율이 적용된 것을 감안하면 중견 건설사인 중흥은 심한 불익을 받은 셈이다. 이에 따라 중흥S클래스 수분양자들은 타단지에 비해 600만~1000만원 가량 이자를 더 내야할 판국이다.
이처럼 은행권의 집단대출 거부가 본격화 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신규주택 청약 열기는 꺾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건설사 관계자는 내다봤다. 특히 오는 5월 대출규제가 지방에서도 강화되면 주택 청약 시장은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주택 시장이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공급 과잉 논란과 금리 인상으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냉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대출 규제 강화와 금융권의 집단대출 거부 및 금리 인상 요구가 주택 시장 냉각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