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가치투자의 구루로 통하는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투자자들에게 ‘쓴소리’를 해 관심을 끌었다.
자신을 모방한 베팅을 하지 말라는 것. 투자 원칙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매 분기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보고서를 근간으로 공개되는 특정 종목의 매매 내역을 그대로 베끼는 식의 시장 대응에 일침을 가했다.
워렌 버핏 <출처=AP/뉴시스> |
29일(현지시각) 미국 투자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버핏은 자신은 물론이고 그 밖에 ‘큰 손’으로 꼽히는 투자가들을 모방하는 주식 거래는 치명적인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버크셔가 사고 파는 대로 투자하고 싶다면 버크셔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버핏이 선택한 종목 가운데 손실을 낸 경우가 없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IBM이다.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버크셔는 IBM 지분 8.6%를 보유하고 있고, 주가 하락으로 인해 지난해 26억달러에 달하는 손실 봤다.
어떤 종목의 투자든 앞으로 5~10년 후를 내다보고 매입해야 한다는 것이 버핏의 주장이다. 때문에 버크셔를 모방해 단기 운용 자금을 IBM에 베팅했다면 그의 경고대로 치명적인 결과를 보게 된 셈이다.
IBM 지분 매입과 관련, 버핏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유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이 없지 않고, 이 경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하게 버핏을 따라 IBM을 매입한 투자자에게 당혹스러운 발언이다.
노장의 조언은 월가의 구루로 통하는 투자가는 물론이고 업계 애널리스트에게도 적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월가 애널리스트 사이에 매수 추천이 가장 많은 종목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은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미국 게임 업체인 액티비전 블리저드부터 가전 업체 메이디 그룹까지 매수 추천 상위 종목이 올들어 11%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반면 월가 전략가들 사이에 선호도가 가장 낮은 종목은 3.4% 떨어지는 데 그쳤다.
앞서 발표된 골드만 삭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들어 헤지펀드 선호 종목 역시 S&P500 지수 수익률보다 4.6%포인트 뒤쳐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시장의 널뛰기 장세 속에 모멘텀 투자가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줄리안 엠마뉴엘 UBS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기업의 펀더멘털 분석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불과 몇 달 전 적정 가격이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 변화로 더 이상 적정하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올들어 월가 선호도와 실제 주가 추이가 어긋난 것은 주식펀드의 자금 썰물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의 자금 상환 요구가 상승하면서 펀드 매니저들이 지난해까지 상승폭이 높은 종목의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