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수경 기자] 한국 정부의 '규제'가 창조경제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정부가 '공유경제'와 같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개방적일수록 투자를 늘린다는 응답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대책을 마련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나아가되,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조직에 대해서는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온라인 신규 사업이 생길 때마다 법령 체계를 새롭게 바꾸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의 흐름에 정부가 발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일 구글캠퍼스에서는 청년창업포럼의 주최로 '규제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매튜 르 메를 피프쓰 에어리아(Fifth Era) 매니저가 '규제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정부규제가 투자 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 자료 <사진=이수경 기자> |
매튜 매니저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정부 기관에서는 인터넷 산업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장래에 적용될 인터넷 관련 규제가 벤처캐피털과 투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가늠해보기 위해 15개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연구 조사 결과, 특히 한국 정부의 규제가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비중은 97%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의 88%는 규제의 틀이나 범주가 모호할수록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응답했다. 반면, 모바일 앱 생태계 관련 법규가 완화될 경우 투자하겠다는 응답의 비중은 70%에 달했다.
매튜 매니저는 "사업자의 책임으로 인한 손해 배상액이 불명확하거나 적절한 수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을 공포스럽게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투자 자금을 다 잃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상 책임까지 지게 된다면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세계 투자자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매력도가 떨어지게 되면 한국의 창조경제가 탄력을 받을 수 없다"며 "때문에 기존의 산업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창조경제를 규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일 구글캠퍼스에서 '규제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이수경 기자> |
매튜 매니저의 연구 발표에 이어 한국 정부의 규제 방식에 대한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패널들은 정부가 네거티브 규제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최충엽 스타트업센트럴 대표는 "규제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규제는 혁신을 가로막고 고객이 이 수혜를 받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며 "규제가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나 기존 사업자의 영향력 안에 있어 실질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사회 구조적인 혁신을 일으킬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하려는 스타트업들을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는 정부가 실상 창업의 의지를 꺾도록 하고 있다"며 "네거티브 방향으로 선회하고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창용 미래창조과학부 창조융합기획과 과장은 사후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이 맞다면서도, 정부의 정책을 큰 틀에서 이해하려는 업계 전반적인 시각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안 과장은 "100개 중 99개가 잘되고 1개가 악용될 경우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기관이나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다"며 "큰 틀에서 정책을 평가할 필요가 있는 한편, 유관 부처와 전문가들과의 지속적인 토론을 통해 개선방안을 계속 내놓는 것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핀테크, 공인인증서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정부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역이 많다"며 "사후 평가 방식인 네거티브 규제로 나아갈 필요가 있으며, 작은 조직일수록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고 총평했다.
마지막으로 매튜 매니저는 "정부가 인터넷 투자자들을 법 입안 과정에 참여시키고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도입한다면 자본 투자, 국내 총생산(GDP), 일자리 창출의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경 기자 (soph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