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월 600억유로 규모의 양적완화(QE)를 단행한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주식시장의 평가는 낙제점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공급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크게 어긋난 결과여서 주목된다.
유로화 동전 <출처=AP/뉴시스> |
9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존의 50개 간판급 기업을 편입한 유로 스톡스 50 지수가 ECB의 양적완화 시행 이후로 16%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유로존 증시의 주요 지수 역시 동반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영국 FTSE100 지수가 50%를 웃도는 상승을 기록했고 미국 S&P500 지수가 10% 이내로 오른 것과 크게 상반되는 결과다.
이번주 회의에서 ECB는 QE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기존의 마이너스 금리 역시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는 데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하지만 QE 시행 1년을 맞은 시점의 주가 향방은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꺾어 놓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2월 인플레이션이 0.2% 하락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는 등 경제 지표는 이미 ECB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또 최근 1년 사이 유로존의 주가 추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QE와도 대조를 이룬다. 뉴욕증시가 2009년 3월 이후 장기 강세장을 연출한 것은 연준의 통화정책과 직접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유로존의 주가 움직임에 대해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국채 수익률이 대폭 하락,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국채가 7조달러에 이르기 때문. 금리 하락이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ECB의 QE 시행 기간이 가장 짧은 만큼 미국과 일본, 영국 등 다른 선진국과의 주가 향방을 직접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없지 않지만 유로존이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사실은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투자가들의 지적이다.
안드레아스 니그 본토벨 애셋 매니지먼트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어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 베팅에 나서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강조했다.
한편12개월 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유로 스톡스 50의 밸류에이션은 13배 내외로, 약 3년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