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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첫 승을 따냄에 따라 알파고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주목받고 있다.
이 9단에게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둘 경우 이어서 중국 바둑랭킹 1위 커제 9단과 붙을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폐기처분될 가능성도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홍보 효과가 다한 알파고에 더 이상 돈을 쏟아 부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스타크래프트 등 다른 게임에 도전하며, 인공지능(AI) 영역에서 구글이 자신의 위세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의 대결은 지난 9일 첫 대국에서 알파고가 세간의 예상을 깨고 '불계승'을 거뒀다. 나머지 경기는 10일(2국), 12일(3국), 13일(4국), 15일(5국) 매일 오후 1시에 진행된다.
데니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프레스 브리핑'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아직 4국이나 더 남아 최종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더 이상 이 9단의 낙승을 기대하긴 힘들어졌다.
알파고가 이 9단을 상대로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둘 경우 알파고는 바둑에서 인간을 꺾은 세계 최초의 컴퓨터로 이름을 떨치게 되겠지만 바로 폐기처분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997년 5월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를 꺾고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IBM 딥 블루의 행적을 보면, 이 같은 전망도 무리가 아니다.
딥 블루는 카스파로프와의 두 번째 대결에서 3승 2무 1패로 승리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경기에 패배한 카스파로프가 즉시 IBM 측에 재대결을 요구했지만 IBM은 이를 거절하고 딥 블루를 바로 해체시켜 버렸다.
유신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인공 지능은 뇌를 닮아 가는가'에서 "IBM 입장에서는 이미 최상의 홍보 효과를 얻어 재경기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파고의 개발사 딥마인드 입장에서도 바둑 그 자체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 따라서 다른 영역에 인공지능을 적용하기 위한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알파고에 더 이상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은 다음 인공지능 영역으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하기도 했다.
구글 리서치 그룹의 제프 딘은 지난 9일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 앞서 열린 '구글의 머신러닝' 기자간담회에서 알파고처럼 다른 게임에도 인공지능이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알파고에 이어 스타크래프트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영국 태생의 하사비스는 세계 유소년 체스 2위 출신으로 17살에 수백만 카피가 팔린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 파크(Theme Park)’를 개발했다. 이후 영국 캠브리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고, 런던대에서 뇌과학 관련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MIT·하버드에서 머신러닝·딥러닝 관련 ‘박사 후 과정(포스트 닥터)’을 거쳤다.
이후 게임과 인공지능 그리고 딥러닝과 관련된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인공지능 분야의 몇 안되는 전문가인 그는 2014년 구글에 자신의 회사 딥마인드를 4억파운드에 매각했다. 그 때까지 딥마인드가 특별히 상용화된 제품을 내놓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구글이 그의 뇌를 우리돈 7000억원에 산 셈이다.
한편 인공지능 분야에서 구글의 맞수인 IBM은 딥 블루 이후 2011년 슈퍼컴퓨터 왓슨을 세상에 선보였다. 왓슨은 미국 텔레비전 퀴즈쇼 '제퍼디'에 츨연해 역대 챔피언들을 물리쳤다. 이후 왓슷은 2013년부터는 암 치료 연구에도 활용되기 시작했고 이제는 사물인터넷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딥마인드 하사비스 CEO 역시 인공지능의 범용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알파고는 '바둑만 두는 기계'일 뿐"이라며 "여러 가지 과제를 두루 해결하는 '인공범용지능(AGI, Artificial Global·General Intelligence)'을 만들면, 의료 보건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영역에서의 주도권을 두고 구글과 IBM의 경쟁이 앞으로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