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정부가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추가로 허가해줄 조짐을 보이면서 각 면세점 업체들의 표정이 엇갈린다. 공청회 등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결론을 내려논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기존 면세점 업체와 신규 진입을 노리는 사업자 사이에서 희비가 교차한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진=강필성 기자> |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세청 등 정부 관련 기관은 지난 4일 서울 시내면세점 8개사 대표이사와 면세제도 운용 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갖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업계 간 희비가 갈린 것은 당시 관세청이 배포한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 운용 방향’이라는 공문에서였다. 이 공문에는 특허기간 연장, 특허 수수료 인상, 해외진출 지원 등 다양한 사안과 함께 특허수 확대가 공식적으로 언급됐다.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특허수 확대’다. 이 항목에는 향후 희망하는 기업이 면세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관광객 증가 등 여건변화를 감안해 적정 수준의 면세점을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청회도 열기 전에 이미 정부에서 신규 시내면세점을 내주기로 결론을 내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신규 시내면세점을 추가 허가해주는 것은 아무런 명분이 없고 무엇보다 관세법 관련 고시에도 저촉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면세점 관련 고시에 따르면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내주기 위해서는 전년 말일 기준으로 외국인 입국자가 지역별로 30만명 이상 증가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는 지난해 특허권을 허가해준 신세계면세점, 두산면세점 등이 오픈도 하지 않은 상황.
무엇보다 기존 면세점 업체들은 경쟁사가 새로 늘면 업계 전반의 매출 감소와 경쟁 과열을 우려하는 중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금 제한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약속했는데, 신규사업자들이 오픈도 하기 전에 추가 특허권을 허가하겠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면세시장이 아무리 성장해도 무분별하게 늘어난다면 결국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는 호재를 만났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시내면세점 특허권 갱신에 실패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은 폐점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신규 특허권을 따낸다면 폐점해야하는 신세를 면할 수 있다. 특히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생긴 해당 점포 인력 수백명에게는 각별할 수밖에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영업중인 신규 시내면세점의 매출이 기대만 못한 것은 시내면세점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을 봤을 때 신규면세점 신규 특허권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간 이같은 입장차이는 조만간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세청은 오는 16일 공청회를 개최하고 각 업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기존 면세점 사업자와 롯데면세점 등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