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상명하복 일처리, 잦은 야근 등 후진적 한국 기업문화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맥킨지와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를 통해 지난 9개월간 국내기업 100개사, 4만여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를 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이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심각한 기업문화로 꼽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기업의 조직 엔진이 매우 낡고 비과학적이며 글로벌기업 수준에 못 미친다"며 "현재의 조직운영방식으로는 저성장 뉴노멀시대 극복도, 기업의 사회적 지위 향상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또 "지속성장의 DNA 형성, 구성원의 조직몰입, 그리고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해 피처폰급 기업운영소프트웨어를 최신 스마트폰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야근, 회의, 보고 등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에 대한 호감여부를 조사한 결과, ‘습관적 야근’이 3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야근의 단초를 제공하는 비효율적 회의(39점), 과도한 보고(41점) 소통 없는 일방적 업무지시(55점)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 직장인들은 주5일 기준 평균 2.3일을 야근하고 있었다. ‘3일 이상 야근자’ 비율도 43.1%에 이르렀고, ‘야근이 없다’는 직장인은 12.2%에 머물렀다. 이같은 야근문화의 근본원인으로 대한상의는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와 상명하복의 불통문화를 지적했다.
조사 과정에서 퇴근 전 갑작스런 업무지시나 불명확한 업무분장으로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경우, 업무지시 과정에서 배경이나 취지에 대한 소통이 부족해 일이 몇 갑절 늘어나 야근하는 사례 등이 수시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런 가운데 야근을 많이 할수록 업무시간과 성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야근의 역설 <자료=대한상의> |
8개 기업 45명의 일과를 관찰한 결과, 상습적으로 야근하는 A대리는 하루 평균 11시간 30분을 근무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하루에 9시간 50분 일했다. 그러나 A대리의 생산성은 45%로 다른 직원들(57%)보다 더 낮았다.
여성인재에 대한 편견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사평가나 승진 등에서 불리한 원인에 대해 여성들은 ‘출산육아로 인한 업무공백’(34.7%), ‘여성의 업무능력에 대한 편견’(30.4%)을 꼽았다.
다만, 한동안 심각한 구태문화로 지적 받던 회식문화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잦은 회식이 업무나 개인생활에 지장을 주는지를 묻자 직장인의 76.7%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고, 실제 회식 횟수도 주 평균 0.45회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정시퇴근을 유도하기 위한 일제소등, 여성인재 활용을 위한 육아휴직과 보육시설 확대 등으로는 습관적 야근이나 여성근로자의 고충 등 전근대적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주요기업 CEO들을 위원으로 하는 가칭 ‘기업문화 선진화포럼’을 구성·운영해 기업 최고위층부터 전근대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기업문화 이슈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개선활동 참여 풍토 조성을 위해 기업문화 토크콘서트를 열어 한국형 기업문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심층 연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우수 기업문화 공모전을 여는 등 전방위적인 현장개선활동을 전개하고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민관팀플레이도 펼쳐 나갈 방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