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우리나라 양대 해운사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오는 18일 주주총회를 한다. 현대상선은 이 주총에서 7대1 감자를 결정해야하고, 하루 전날인 17일엔 공모사채 만기연장을 위한 사채권자집회도 해야한다. 숨막히는 상황이다.
반면 한진해운은 주총에서 증자를 위한 주식발행수 확대 결정만 하면돼 상대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업 불황으로 위기에 직면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18일 오전 9시에 각각 주총을 개최한다.
현대상선은 주총에 앞서 17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4월 7일 만기도래하는 공모사채 1200억원을 3개월 기한연장해야 한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참석한 채권자의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공모사채 기한연장은 용선료 인하와 함께 채권단의 지원을 받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주총에서 보통주 및 우선주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안을 결의하는 것도 이런 전제가 있어야 의미가 더해진다.
물론 현대상선은 감자를 통해 자본금 규모를 1조2124억원에서 1732억원으로 줄이면 자본잠식률 50%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자본잠식 50% 이상 상태가 2년 연속 지속되면 상장폐지 요건이므로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이다.
무엇보다도 생존이 관건이므로 '공모사채 만기연장'이란 첫단추를 잘 꿰야한다. 여기에 용선료 인하 협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채권단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현대상선은 생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과 달리 여유롭다. 이번 주총에서 발행주식수 한도를 4억5000만주에서 6억주로 늘리는 안건만 의결하면 된다. 현대상선 못지 않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대상선의 추이를 지켜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
최근 영구채 발행 2200억원으로 부채비율을 600%선까지 낮췄고, 보유자산 추가 매각과 유상증자 등이 진행되면 정부지원 요건인 부채비율 400% 이하로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하루이틀이 현대상선에게는 고비"라면서 "이를 무난히 넘으면 현대상선은 자율적인 구조조정의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최근 1~2년간 자체적으로 추진해 온 구조조정의 성과를 현대상선도 한진해운도 모두 누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업계의 기대감과는 달리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단호한 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쪽은 감자 등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고 한쪽은 증자를 위한 주식수 증가를 주총에서 결의하는 느긋한 분위기라고들 말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엄격한 구조조정을 겪어야 하는 비슷한 운명"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