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외풍에 백기를 들었다.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공격적인 통화완화와 경기 둔화, 여기에 상품시장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가 한풀 꺾였다.
1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하이라이트는 향후 긴축 속도를 제시한 점도표다. 정책자들은 연말 연방기금 금리를 0.875%로 제시해 연내 금리인상이 두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힌트를 제시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출처=신화/뉴시스> |
회의에 앞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도표에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네 차례로 제시된 금리인상 전망이 이번 회의에서 세 차례로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2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24만2000건에 이른 데다 인플레이션 지표 역시 강한 반등 신호를 보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금리인상 기대가 높아진 상황.
이와 달리 정책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국내 지표보다 대외 여건에 무게를 실었다. 연내 두 차례의 금리인상 예고는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더욱 완만한 속도다. 아울러 2017년과 2018년 말 금리 전망인 1.875%와 3.0% 역시 지난해 12월에 제시한 것보다 낮은 수치다.
케이티 존스 찰스슈왑 채권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연준 회의 결과 중 가장 커다란 시사점은 정책자들이 글로벌 경제 추세에 순응하려는 자세를 취했다는 점”이라며 “연준이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한다면 주요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는 상황에 금리인상 폭이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용 회복이 속도를 내고 있고,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의 리스크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외부 변수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번 회의 성명서에서 연준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이 지속적인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월 회의 성명서에서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해외 불확실성에 대한 언급이 이번에 추가됐을 뿐 아니라 이를 근거로 연준은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지표 및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비둘기파’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닐 두타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통화정책 방향과 경기 진단이 전반적으로 비둘기파에 치우쳤다”며 “연준이 세계 중앙은행의 입지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 압박을 상쇄시키고 국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리 폴락 도이체방크 채권 트레이딩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며 “연말까지 금리인상이 한 차례에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고, 금융시장은 앞으로 이를 가격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