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외환시장이 일대 혼란을 맞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예상보다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취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달러화가 가파르게 떨어진 한편 신흥국 통화가 강세 흐름을 탄 가운데 달러/엔이 급회전을 연출, 당국의 환시 개입설이 나돌았다.
17일(현지시각) 장중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1% 이상 떨어지며 94.68까지 밀렸다.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전날 회의에서 연준이 연내 금리인상을 두 차례 단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달러 ‘팔자’가 쏟아졌고, 신흥국 통화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았다.
이날 트레이더의 시선을 모은 것은 달러/엔의 움직임이다.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수직 하락하며 달러/엔 환율이 장중 한 때 110.67까지 밀린 뒤 급반전을 이루며 112.56엔까지 튀어 오른 것.
연준 회의 전 113엔 선에서 거래됐던 환율이 결과 발표 후 17개월래 최저치로 밀린 뒤 급반등한 것은 당국의 개입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리스 슐로스버그 BK 애셋 매니지먼트 이사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장중 달러/엔 환율 움직임에서 일본은행(BOJ)이 용인할 수 있는 엔화 상승의 마지노선이 111엔이라는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며 “달러화가 갑작스럽게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중앙은행의 개입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소식통을 인용해 BOJ가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개입 가능성이 열린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엔화의 추가 강세를 점치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의 긴축 속도가 둔화되는 만큼 엔화 강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오쿠무라 요시히로 치바긴 애셋 매니지먼트 리서치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금리인상이 없이는 엔화 평가절하를 유도하는 일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환시 트레이더들은 연준의 비둘기파 행보를 적극 가격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호주 달러가 이날 장중 연준 회의 이전에 비해 2.5% 뛰었고, 태국 바트화와 말레이시아 링기트화가 나란히 7개월래 최고치로 뛰었다. 한국 원화 역시 2011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뛰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위안화는 인민은행(PBOC)이 달러/위안 중심환율을 17일 6.4961위안으로 고시, 주간 최대폭으로 절상을 단행한 가운데 역외시장에서 위안화가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밖에 브라질 헤알화가 2.3% 뛰면서 월간 상승폭을 약 10%로 끌어올렸고, 남아공 랜드화와 칠레 페소화가 각각 2% 가까이 상승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달러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면서 상품 가격 상승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쿤 초우 유니온 방케르 프리비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연준의 이번 회의 결과가 달러화 상승 열기를 꺾어 놓았다”며 “이에 따라 상품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관련 국가의 통화 역시 모멘텀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옵션시장에서는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강세를 베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CNBC에 따르면 옵션 트레이더들은 지난 2월 초 이후 처음으로 내달 유로화의 상승을 겨냥한 포지션을 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