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가상현실(VR)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가상현실을 도입한 새로운 온라인 쇼핑 생태계를 조성하고 산하의 미디어 업체들을 통해 영화, 음악, 드라마 등 VR 콘텐츠 생산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증권시보는 알리바바가 17일 가상현실 실험실을 출범하고 가상현실 사업에 대한 그룹차원의 전략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이날 VR 사업 목표로 ▲VR 쇼핑 비즈니스 모델 개발 ▲영화, 음악, 영상 VR 콘텐츠 생산 ▲VR 하드웨어 보급 촉진 ▲ 증강현실(AR) 투자 강화 등을 제시했다.
알리바바는 특히 VR 실험실 출범을 기점으로 기존의 쇼핑 환경에 다양한 신기술을 접목하는 바이플러스(Buy+) 전략을 본격화 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자, 판매자가 자유롭게 꾸미는 VR 상점 플랫폼
신문에 따르면 알리바바 VR 연구실의 내부 명칭은 GM랩(GnomeMagic Lab, GM Lab)이다. 유명 온라인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노움족에서 이름을 따왔다. 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노움족은 발명과 호기심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의 IT기술 파트 전문가들로 구성된 GM랩은 IT제품 연구과 전자상거래 등 플랫폼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VR 분야에서 AR을 활용한 체험형 쇼핑 기술 연구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알리바바 산하의 미디어업체들과 협력해 영화, 음악 등 VR 콘텐츠 생산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GM랩의 첫 임무는 조물신(造物神) 프로젝트다. 전자상거래 플랫폼들과 손잡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3D 가상 쇼핑센터를 만든다는 게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다. 알리바바 기술진은 이미 수백여개의 3D 상품 모형을 제작해 놓은 상태로, 현재는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페이스북 최초의 중화권 엔지니어이자 지난 2015년 알리바바에 합류한 자오하이핑은 “VR 기술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몰입형 쇼핑 체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머지않아 알리바바의 고객들이 소파에 앉아 뉴욕 5번가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를 위해 판매자들이 자신만의 VR 상점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혔다.
VR을 활용한 알리바바의 바이플러스 전략 <사진=바이두(百度)> |
◆타오바오가 중국 VR 기기 보급 앞장선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알라바바는 자신의 온라인 쇼핑몰을 중국 VR 기기 보급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VR 기기 전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중국 국내외 VR 하드웨어 업체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중국 VR 기기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기업 중 하나다. 특히 알리바바의 크라우드 펀드 플랫폼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과 중국 내 자금이 필요한 VR 신생 기업들 간의 매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2016년 3월 기준 중국 VR 전문업체 링(Ling)VR은 알리바바 산하의 타오바오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약 1만1400명의 개인투자자자로 부터 277만위안을 조달했다. 이에 앞서 중국 IT업체 바오펑테크놀로지의 VR 기기 폭풍마경3는 3만명의 투자자들을 모으며 300만 위안을 펀딩하기도 했다.
신문은 알리바바가 오는 2025년 130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VR 시장에서 세계최대의 VR 기기 판매 및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는 동시에 글로벌 VR 선두 업체들에 대한 투자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가상 현실 스타트업 매직립(Magic Leap)은 지난 2월 알리바바그룹 등으로부터 7억9,350만 달러(9549억7천만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알리바바그룹 주도하에 구글, 퀼컴벤처스, 워너브로스 등이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매직립의 로니 애보비츠(Rony Abovitz) 대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알리바바를 전략적 파트너로 맞이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매직립이 정식 출시되면 알리바바 전자 상거래 플랫폼 위에 있는 4억 명의 중국 고객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