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번 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취한 비둘기파 행보는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서프라이즈’였다.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온건한 정책 결정으로 달러화 상승에 브레이크가 걸린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 정책자들 사이에 ‘뒷거래’가 오갔다는 의혹이 월가에 확산되고 있다.
주요국 통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소위 ‘신(新) 플라자합의’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 자리에서 정책자들이 달러화 약세를 도모하는 데 의견을 모았고, 이번 연준 회의 결과가 주요국의 사전 합의에 의해 나왔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관측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부추긴 상품 가격 하락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수요 부진과 함께 달러화 강세도 한몫 했다.
때문에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 상품 가격의 하락을 진정시키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급변동과 투자자들의 침체 우려를 진화하자는 데 주요국 정책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이번 연준 회의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금융시장 불안정은 통화정책 결정에 커다란 부담 요인이다. 월가의 트레이더는 물론이고 정책자도 걷잡을 수 없이 출렁이는 자산 시장이 달갑지 않은 상황.
지난 2월 G20 회의 후 환율과 관련해서는 어떤 합의도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준의 예기치 않은 움직임이 시장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연준 회의 이전에도 달러화 움직임에 변화가 포착됐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G20 회의 이후 달러화는 3% 이상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
지난해 약 10% 급등하며 12월 10여년래 최고치 기록을 세웠던 달러 인덱스가 뚜렷한 반전을 이룬 것은 단순한 기술적인 요인이나 투자심리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1개월 사이 달러화가 떨어지면서 유가부터 구리까지 상품 가격이 강하게 반등, 바닥 선언이 꼬리를 물었고 주식시장 역시 상승 모멘텀을 얻었다.
업계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월 저점 이후 무려 54%에 이르는 랠리를 펼쳤고, 브레트유 역시 같은 기간 40% 치솟았다.
일부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이 연준 회의에 앞서 정책자들의 ‘거래’ 가능성을 짐작했고, 달러화 하락 베팅에 나선 정황으로 풀이된다.
크리스 웨스턴 IG 시장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18일(현지시각) 인터뷰에서 “모든 의혹들이 이번 연준 회의 결과를 계기로 분명해졌다”며 “G20 회의에서 정책자들이 달러화 평가절하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데 공조를 이룬 것으로 확실시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G20 회의 이후 연준 이외에도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서도 시장의 예상 범위를 넘어선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목표 자기대출프로그램(TLTRO)를 필두로 신용시장에 중점을 둔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나 중국인민은행(PBOC)의 지급준비율 완화,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깜짝’ 금리인하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