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투자 전략이 빗나가면서 문 닫는 헤지펀드가 속출하는 가운데 올해 운용 성적이 낙제점을 기록한 것은 애플이 한 몫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연초부터 아이폰 판매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월가 애널리스트 사이에 쏟아지면서 애플 주가가 하락 압박을 받았고, 이는 헤지펀드의 수익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는 얘기다.
아이폰SE <사진=블룸버그통신> |
24일(현지시각)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들어 2월 말까지 헤지펀드 업계는 평균 3.3%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대형주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주식형 뮤추얼 펀드가 0.8%의 손실을 낸 데 비해 현격하게 뒤쳐지는 성적이다.
눈에 띄는 사실은 헤지펀드 업체들 사이에 애플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골드만 삭스의 집계에 따르면 애플의 포트폴리로 비중이 상위 10위권에 해당하는 헤지펀드 업체가 47개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달리 뮤추얼 펀드 업계에서 애플은 ‘찬밥’ 신세다. 애플은 뮤추얼 펀드 업계의 ‘비중 축소’ 상위 2위 종목에 해당한다.
벤치마크 S&P500 지수의 비중보다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애플의 비중이 낮을 뿐 아니라 그 괴리가 두 번째로 큰 종목이라는 얘기다.
지난 1월27일 하루에만 애플 주가는 7%에 가까운 급락을 연출했다. 13년만에 아이폰 분기 매출 전망이 감소한 데 따른 반응이었다.
이후 애플 주가는 월가의 아이폰 판매 전망이 다소 개선된 데다 4인치 크기의 신상품에 대한 기대를 호재로 최근 1개월 사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연초 이후 주가는 제자리걸음에 그친 상황이다.
헤지펀드와 뮤추얼 펀드 업계 사이에 애플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렸고, 지금까지 뮤추얼 펀드 매니저들의 판단이 적중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헤지펀드의 보유 비중이 높은 만큼 애플이 이른바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강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른바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애플에 배당 인상과 자사주 매입 확대 등 주가 부양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 나아가 단기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을 확대하라는 압박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토드 로젠블루스 S&P 캐피탈 IQ의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헤지펀드에 비해 뮤추얼 펀드의 매니저들이 경영 간섭에 소극적이고, 주가 움직임에 대해 느긋하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