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머징마켓에 일으킨 효과가 하루 2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6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보다 온건한 정책 기조를 제시한 데 따라 ‘리스크-온’ 움직임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확산된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치가 확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9일(현지시각)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3월 외국인 포트폴리오의 이머징마켓 주식 및 채권 매입 규모가 368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1개월래 최고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같은 기간 채권시장으로 189억달러가 밀려들었고, 주식시장에도 179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홍수를 이뤘다.
유동성 흐름이 급반전을 이룬 것은 연준의 비돌기 행보에 따른 ‘리스트-온’ 투자심리가 배경으로 깔렸다는 데 이견이 없다. 16일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이후 자금 동향에서 이 같은 주장이 사실로 입증됐다.
IIF의 일간 데이터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틀 후 시가총액 상위 7개 이머징마켓으로 하루 2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밀물을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시장조사 업체 EPFR의 자료에서도 23일 기준 한 주 사이 이머징마켓의 주식형 뮤추얼 펀드로 29억달러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7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을 포함해 상대적인 저평가가 극심했던 아시아 지역으로 ‘사자’가 봇물을 이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다만, 지속성 여부에 대해 투자자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를 포함해 신흥국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이 미약한 상황에 연준의 온건한 정책 기조에만 기대 자금 유입이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바클레이스가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하락 반전을 경고하는 등 상품시장에 대한 월가의 전망이 흐리다.
2월 중순 이후 반등을 보인 원자재 가격이 꺾일 경우 투자자들의 ‘리스크-온’ 행보 역시 꺾일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의 자본 유출이 잠잠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진정됐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와 관련, 씨티그룹은 자본 유출 둔화가 연준의 비둘기파 목소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 대규모 ‘썰물’이 재개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미국 국채시장 트레이더들이 6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다시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그룹의 데이비드 루빈 이머징마켓 경제 헤드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이머징마켓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는 추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시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연준의 온건한 정책 기조와 중국 리스크의 진정에 따른 결과”라고 판단했다.
한편 IIF의 2월 펀드플로 수치는 2억달러 순유출에서 54억달러 순유입으로 수정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