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잔치를 펼친 반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로화가 달러화에 대해 상승 탄력을 받으면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와 독일 국채 수익률을 나란히 사상 최저치로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부채위기 이후 회복을 이끌었던 수출 경기가 유로화 상승으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ECB 정책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블룸버그통신> |
30일(현지시각)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중 0.13%까지 떨어졌다. 이는 올들어 최저치인 0.102%에 바짝 근접한 수치다.
이른바 ‘바주카’에 힘입어 하락 압박을 받았던 유로화는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 지난해 11월 1.050달러까지 밀렸던 유로/달러는 수직 상승, 이날 1.13달러 선까지 뛰었다.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ECB는 유로화 약세를 통한 경기회복에서 직접적인 신용 공급으로 무게 중심을 일정 부분 이동했지만 유로화 강세는 여전히 반갑지 않은 사안이다.
유로화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수입 물가를 떨어뜨려 인플레이션을 압박하는 동시에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수출 회복이 유로존의 밑바닥 경기를 데웠다는 점에서 최근 상황은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회의에서 ECB는 인플레이션을 가시적인 시일 안에 정책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지 못했다.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금리를 떨어뜨린 상황에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정책 실패라는 오명을 모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CB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동원하는 5년 포워드 스왑레이트는 1.42%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1.36%와 거리를 크게 좁힌 수치다.
유로존 성장 엔진으로 통하는 독일의 인플레이션은 0%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독일 인플레이션은 연율 기준으로 0.1% 오르는 데 그쳤다.
독일의 인플레이션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유로존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케네스 와트렛 BNP 파리바 유럽 경제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독일의 장기 인플레이션이 지극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 여지가 높다”며 “ECB가 물가 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질적인 결실을 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 정책자들이 꺼낼 수 있는 정책 카드가 거의 소진됐다는 것이 투자자와 정책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 비전통적 수단을 동원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
브느와 꾀레 ECB 집행이사는 이날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불합리한 수준까지 단행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