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희준 기자] 윤종규(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은 1일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사외이사들 설득과 관련, "사외이사들이 모든 가격에 대해 사실상 전권을 위임해 줄 정도의 폭넓은 재량권을 줬다"고 밝혔다.
윤종규 회장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KB금융이 선정되고 나서 처음으로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기자실을 찾아 "준비과정에서 이사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려고 노력했고 사회이사들도 전폭적으로 지지해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향후 통합 증권사의 미래상을 두고는 "유니버셜 뱅킹의 모델로 좋은 자본시장 발전의 롤 모델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의 노무라 증권 등 순수 IB에 비해 CB뱅킹(상업은행)도 겸비하는 은행을 말한다. 미국의 BoA메릴린치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우증권을 최근 인수한) 미래에셋증권은 순수 IB 모델을 기반으로 더 좋은 자본시장의 육성을 이끌어나겠다는 포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국내에서도 그렇고 해외 진출의 경우도 은행의 자본력, 명성, 고객망 등을 활용하는 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 회장은 "가격은 사전 양해사항으로 매각쪽과 당분간 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현대증권의 잠재역량과 KB금융에 들어왔을 때 기대하는 시너지를 종합해서, KB금융 그룹 주주들의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범위내에서 적정한 가격을 냈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현대증권에 대해 1조원을 넘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가의 3배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른바 통 큰 '베팅'을 한 셈이다.
대우증권 때보다 높은 응찰가를 써낸 이유에 대해서는 "가격은 항상 그때 그때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그때는 고려해야 하는 상황과 안됐을 때의 비상 상황에 많은 생각이 있었다"며 "그때는 그때의 최선의 결정을 했고, 지금은 지금의 최선의 결정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회장은 또, 향후 통합 증권사의 경영진 구성와 관련, "원래 금융 인수합병(M&A)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인력을 모시는 것"이라며 "좋은 인력을 최대한 KB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같이 지혜를 모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 출신도 좋은 인재라면 적극 선임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KB 전체 그룹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현대증권이 잘 해왔기에 존중할 것은 존중하고 미세조정 할 부분이 있으면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증권은 ECM(주식발행시장)이 강하고 KB투자증권은 DCM(채권발행시장)이 강해 향후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통합 증권사의 사명은 변경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통합이 정리되면 KB금융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윤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를 인수하는 게 아니라 인수해서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인수과정을 잘 마무리고 통합을 잘 해서 원래 현대증권이 가지고 있었던 '증권의 명가'를 재건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