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KB금융지주가 승리를 거머쥐면서 금융투자업계 판도는 당분간 미래에셋대우증권이 1강 체제를 이어가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기존 1위에서 3위까지 밀려날 위기에 처했던 NH투자증권도 '어부지리'지만 2위를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번 인수전 흥행을 감안했을 때 새로운 인수합병(M&A)의 장이 열릴 경우 업계 지각변동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시장은 이미 다음 매물에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여의도 증권가 <김학선 사진기자> |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은 3조4300억원으로 KDB대우증권(4조3200억원)과 통합시 7조7500억원 규모로 독보적 선두를 달리게 된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한국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 가능성은 미래에셋증권에게 최대 위협이었지만 KB지주가 접전끝 승리를 따내며 국내 유일 초대형 증권사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4조5300억원의 NH투자증권은 2위 자리를 지키게 됐으며 KB투자증권이 현대증권과 통합시 단숨에 3위(3조9000억원)로 퀀텀점프한다. 반면 삼성증권(3조5000억원)과 한국투자증권(3조3000억원) 각각 한계단씩 밀려내며 5위권에 턱걸이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현재의 체제가 유지되겠지만 이 같은 구도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이미 대형 증권사들의 화두가 글로벌 IB로서의 역량 강화에 집중돼 있는 만큼 3조원대 기존 대형사들이 새로운 인수합병(M&A)기회를 통해 몸집 키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인 것.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글로벌IB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으며 KB투자증권 역시 현대증권과 합병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위를 확보, 리테일 등은 물론 IB 부분에서도 최대 시너지를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됐다.
특히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한국투자증권은 앞으로 M&A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매물을 찾아 새로운 기회를 엿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금융지주는 2020년까지 아시아 최고 증권사가 된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국내 증권업계에서조차 5위권까지 밀려나며 장기 비전 달성이 요원해진 상태다.
한편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증권가에선 삼성증권의 매물화 가능성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삼성증권 매각설은 지난해 몇차례 증권가를 떠돌며 다양한 추측을 낳은 바 있지만 지난 1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이슈가 불거지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긴 했다. 다만 그룹 내 삼성증권의 역할론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된다면 향후 1,2년내 실제 매각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추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중기특화 증권사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독려하고 있지만 경쟁에서 뒤쳐지는 증권사들이 생기면서 앞으로도 매물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대우증권이나 현대증권처럼 공개 매각 방식으로 진행되진 않겠지만 삼성증권 역시 매물로 나온다면 시장 판도를 뒤집을 메가톤급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