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사우디 아라비아가 2조달러 규모의 메가톤급 펀드를 조성한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아람코 지분 매각을 필두로 펀드를 확충, 이른바 ‘포스트 석유 시대’에 대비한다는 청사진이다.
이와 함께 사우디는 산유량 동결을 이란과 그 밖에 국가가 합의할 경우에만 동결할 것이라고 언급, 유가를 필두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부왕세자 <출처=블룸버그통신> |
사우디 국방장관 겸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는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2조달러를 웃도는 메가펀드를 조성, 원유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 구조를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이르면 내년 아람코 모기업의 IPO를 실시해 지분을 5% 이내로 매각할 예정이며, 이는 메가 펀드 조성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빈 살만 부왕세자는 말했다.
그는 “아람코의 상장 주식과 나머지 지분을 국부펀드(PIF)로 이전하면 2조달러를 웃도는 자금을 확보하게 되며, 원유가 아닌 펀드가 국가 재정수입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의 과제는 투자를 다변화하는 문제이며, 이를 통해 20년 이내에 원유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는 국가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의 국부펀드가 애플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버크셔 해서웨이 등 시가총액 기준 세계 상위 4개 기업의 지분을 모두 사들일 수 있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동원, 해외 투자를 대폭 늘린다는 것이 사우디의 복안이다. 현재 5%에 불과한 국부펀드의 해외 투자 비중을 2020년까지 궁극적으로 50%로 늘린다는 것.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월 중순부터 40%를 훌쩍 웃도는 단기 랠리를 연출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40달러를 하회, 폭락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4년 상반기 고점 대비 60% 가량 밑도는 실정이다.
장기간 이어진 유가 하락과 공급 과잉 문제에도 사우디는 감산에 강력한 반기를 들고 있다. 저유가에 따른 충격에 국가 재정이 멍들자 사우디는 지난해 고강도 예산 감축을 연이어 단행한 상황이다.
이날 빈 살만 부왕세자는 예산안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사우디의 ‘그랜드 플랜’을 두고 일부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반토막 이상 떨어진 유가의 세 자릿수 복귀를 기대하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 이미 벌어진 데다 산유국의 원유 의존도 축소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고 나선 국가가 적지 않지만 성공 사례가 지극히 드물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지타운 대학의 폴 서리반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개혁 및 투자 다변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특정 인물이 경제 개혁을 저녁 식사를 주문하듯 해치울 수는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장중 WTI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란이 동의할 경우 산유량을 동결할 것이라는 빈 살만 부왕세자의 발언으로 인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는 장중 3.5% 떨어지며 배럴당 37.01달러에 거래됐고, 브렌트유 역시 4% 가까이 밀리며 배럴당 38.76달러를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