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원유부터 정크본드까지 위험자산을 둘러싼 월가의 투자심리가 급랭하는 양상이다. 2분기를 맞이한 투자자들이 지난달 글로벌 전반의 위험자산 랠리를 재고하는 모습이다.
배럴당 40달러 내외까지 오른 국제 유가가 현 수준에서 지지선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매수 포지션이 청산, 유가가 수직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정크본드를 팔아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머징마켓의 주가 및 통화 강세 흐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번지는 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와 이에 따른 달러화의 약세 흐름에도 투자심리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4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35.70달러에 거래, 전날보다 3% 하락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포함한 산유국의 생산 동결 및 감산에 대한 회의론이 번지면서 ‘팔자’가 우세했다.
뉴욕증시 역시 하락 압박을 받은 가운데 이번 주 ‘곰’이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고, 정크본드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SEB 마켓의 바잔 쉴드롭 상품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의 1차 지지선이 배럴당 35.85달러, 2차 지지선이 배럴당 34달러 선에 위치해 있다”며 “오는 17일 산유국 회담 이후 유가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2월 중순 이후 축적된 상승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유가가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코메르츠방크 역시 투자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밀릴 가능성이 열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상품시장 전반에 대한 급락 전망도 나왔다. RJO 퓨처스의 필립 스트라이블 전략가는 “상품시장이 펀더멘털 측면에서 추가 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고, 이 때문에 2분기 첫 날부터 차익실현이 쏟아지고 있다”며 “연준의 올해 금리인상이 두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댄 랠리는 힘을 다했다”고 전했다.
정크본드 시장에 대해서도 경고음이 나왔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부양책과 연준의 비둘기파 행보에 기댄 상승 탄력이 영속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피터 치르 브린 캐피탈 이사는 CNBC와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어 단기적인 호재에 따른 정크본드 상승에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적절하다”며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하이일드 본드의 비중을 축소하고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와 이머징마켓 통화 모두 비관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TFC)에 따르면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의 달러화 매수 포지션이 2014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안 고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외환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리스크가 진정될 때까지 연준이 비둘기파 행보를 지속할 것”이라며 “연준이 움직이기 전까지 달러화의 의미 있는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말레이시아 링기트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달러화에 대해 강한 랠리를 보인 상위 5개 아시아 통화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경계감이 깔린 안도 랠리일 뿐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서 비롯된 추세적인 상승으로 보기 어렵고, 이 때문에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얘기다.
연준이 비둘기파 행보에 나선 주요 근거 중 하나가 글로벌 경제 리스크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신흥국 통화에 악재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위험자산 전반에 걸친 랠리에 축포를 터뜨렸던 월가는 한 발 물러나 방향을 진단하는 데 집중하는 움직임이다.
크레이드 스털링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 주식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3월 위험자산의 랠리가 가짜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투자자들 사이에 커다란 이견이 벌어지고 있다”며 “2분기 자산시장은 매우 흥미로운 흐름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