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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1분기 세계 외환시장은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과 연초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들썩였다. 유로화 약세를 원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고 달러 강세를 부담스러워했던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시장이 원하는 대답을 내놓으면서 달러 상승 속도 조절에 성공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통화는 강해졌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통화는 달러화 대비 가치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는 시점까지 주춤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연준이 이미 긴축 모드에 들어와 있고, 최근 하락폭이 가팔랐다는 점은 추가 달러 하락을 제한할 수 있는 요소다.
◆ 옐런의 강달러 억제… 드라기 구로다 '울상'
지난달 29일 세계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 통화정책 변경에 신중할 것이라는 옐런 의장의 발언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다시 온건한 연준의 스탠스를 보여줬다. 3월 회의 이후 이어진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인 발언은 옐런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정책 기조에 힘을 잃었고 달러 가치는 3월 말 9개월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이 같은 행보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달러 강세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런 면에서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이 긴축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달러 약세를 유도한 것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ING 그룹의 페트르 크르파타 외환 전략가는 "달러 약세의 주요 원인은 연준이 예상보다 더 온건하다는 데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시장이 배운 것은 연준이 적극적인 긴축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베팅은 잘못된 것이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향후 경제 지표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연준이 온건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커먼윌스FX의 오메르 에시너 애널리스트는 "옐런 의장의 발언은 달러의 하방 위험을 높였다"며 "고용을 포함한 경제지표는 앞으로 달러에 제한적인 영향만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이 집계하는 29개 통화 중에서 1분기 달러화 외에 유일하게 약세를 보인 것은 영국 파운드화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말 1.4738달러에서 3월 말 1.4358달러로 약 2.58% 절하됐다.
파운드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오는 6월 23일로 예정된 영국의 유로존 탈퇴(브렉시트)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부단한 완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1분기 중 5년래 최대폭의 강세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달러화는 지난해 달러화 대비 약세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14달러 선을 넘어섰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알빈 탄 외환 전략가는 "(ECB의) 목표가 유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었다면 1년이 넘게 그것은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ECB의 유로화 약세 유도 실패는 환율에 대한 중앙은행 정책의 제약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본도 같은 처지다. 일본은행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지만, 엔화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3월 말 112.56엔으로 분기 중 6.43%나 절상됐다.
◆ 신흥국 통화 5년래 최대 강세 "일시적"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달러화 대비 가치가 떨어졌던 신흥국 통화는 원자재 수출국을 중심으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신흥국 통화 인덱스는 1분기 중 지난 5년간 최대폭인 5.1% 상승했고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질과 러시아와 같은 원자재 수출국 통화는 달러화가 약해진 틈을 타 강세를 보였다. 달러/헤알 환율은 3월 말 3.5925헤알로 한 달 동안 9.26%나 떨어졌고, 러시아 루블 역시 1달러당 66.9688루블로 같은 기간 달러 대비 8.20% 절상됐다.
스웨덴 SEB의 페르 하머룬드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조건이 신흥 통화에 우호적"이라며 "오랜 하락기를 거쳤고 신흥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매우 낮아진 데다 중국에 대한 우려도 차분해졌으며 연준 역시 지난 2개월간 더 온건해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온건한 스탠스를 유지해 오는 6월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지속할 경우 신흥국 통화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라보뱅크의 매티스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향후 몇 주간 추가 회복이 예상된다"며 "이 같은 시나리오는 연준이 6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할 것이라는 점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노디어은행의 안데르스 스벤센 애널리스트는 "신축적인 원자재 통화가 시장수익률을 웃돌 것으로 본다"며 "원자재 가격은 완만하게나마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원화 역시 달러화 대비 큰 폭으로 절상됐다. 달러/원 환율은 2월 말 1237.24원에서 3월 말 1143.97원으로 떨어져 가치가 7.54%나 뛰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원화 가치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해 말 달러/원 환율은 1220원으로 전망했다.
ING 그룹의 팀 콘돈 아시아 리서치 헤드는 3월 원화 가치의 급등을 보면 한국의 외환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조만간 한국은행이 미세조정(스무딩)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은은 달러 매수에 나서고 통화정책을 완화할 것"이라면서 "그러면 절상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