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정부가 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나서면서 애꿎은 외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
5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미국 재무부가 규모가 큰 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작은 기업에게 형식상 인수를 당해 세금을 피하는 이른바 '세금 바꿔치기' 방지 법안을 발표한 이후 미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일 재무부는 기업들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납세지를 역외로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주소지 이전에 제한을 두는 등의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모회사가 자회사의 부채를 떠안아 실적을 축소하는 '실적 깎기(Earnings stripping)'에 대해서도 규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자회사에 해준 대출을 부채가 아닌 수익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투자기구(OII)의 낸시 맥러넌 대표는 "이는 문제가 있는 조치다"면서 "미국에서 오랜 업력을 갖고 사업해 온 기업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실적 깎기 규제에 관해 "자회사 대출을 통해 설비투자를 늘려온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네슬레의 알렉스 스피처 조세부문 선임이사는 "급진적인 조치이며 기업의 비용 증가를 불러와 고용과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재무부의 규제가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앨러간의 인수·합병(M&A) 안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M&A 이후 인수 기업의 본사 주소 이전 가능 시기를 3년 후로 제한함으로써 화이자의 세금 회피 통로가 막혔다는 분석이다.
형식적으로 양사 간의 합병은 앨러간이 화이자를 인수하는 형태지만, 실질적으론 덩치가 큰 화이자가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앨러간을 사들이는 것이다. 한 펀드 매니저는 "양사의 M&A을 저지하기 위한 것처럼 규제안이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