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움직임에 뉴욕증시와 이머징마켓이 동반 상승 탄력을 받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주가 강세가 반갑지 않은 표정이다.
뉴욕증시의 공매도 잔액이 1조달러를 돌파했고, 이머징마켓 역시 상승 지속 여부에 대한 회의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 <출처=블룸버그통신> |
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공매도 잔액이 1조달러를 상회,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유통 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의 비율이 4%를 상회, 6년래 최고치를 찍은 뒤 수치를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2월 말 4.4%까지 올랐다.
연초 폭락했던 주가는 V자 반등을 이뤄냈지만 미국 증권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또 다른 조사에서는 뮤추얼펀드 업계의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비관론이 2010년 이후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미국 자산운용협회(ICI)가 이날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달 30일 기준 한 주 사이 뮤추얼 펀드에서 37억달러의 자금 순유출이 발생, 1개월래 처음으로 ‘팔자’를 기록했다.
씨티그룹이 이달 초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펀드매니저들이 향후 주가가 20% 오를 가능성보다 떨어질 여지가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고객 포트폴리오의 현금 비중은 9.3%로 1년 전 7.2%에서 상당 폭 증가했다.
상황은 이머징마켓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초 이후 주요 신흥국 증시가 일제히 랠리를 보인 가운데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논란과 상승 탄력의 지속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월가에 번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집트 증시가 지난달 이후 약 22% 폭등했고, 브라질 증시 역시 17% 뛰었다. 헝가리와 그리스, 페루, 홍콩 등이 일제히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홍콩 증시도 9% 이상 급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 랠리가 경제 펀더멘털 측면의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진 데다 향후 이익 전망치를 근거로 볼 때 전반적인 고평가가 뚜렷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올해 이머징마켓의 경제 성장률이 3.5%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도 월가 주요 투자은행(IB)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신흥국의 성장률이 부진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모멘텀이 경제 펀더멘털에서 나와야 하지만 뚜렷한 동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6주 사이 미국과 유로존에서 긍정적인 신호와 부정적인 요인들이 동시에 쏟아졌고, 주가 단기 랠리에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리스 캐피탈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를 통해 “이머징마켓의 랠리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률(PER)이 과거 5년 평균치를 웃도는 지역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비관적인 지표를 역발상으로 접근하는 투자자도 없지 않다. 주 샤옹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주식시장 지표의 비관적인 신호는 강세장을 예고하는 전조”라며 “주식 선물의 매수 포지션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 주가는 랠리를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