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의 위안화 ‘이중 플레이’가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의 도마에 올랐다.
달러화에 대해 위안화 상승을 유도, 대규모 자본 유출을 방지하는 동시에 아시아 신흥국 통화를 중심으로 그 밖에 통화에 대한 평가절하로 수출 경기 부양을 도모하고 있다는 주장이 금융업계에 수 차례 제기된 가운데 비판적인 목소리가 크게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이 데이터를 통해 확인되면서 IB 업계의 비난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역외 홍콩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1.6% 상승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2011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이와 달리 신흥국을 포함한 그 밖에 주요 통화에 대해 위안화는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13개 통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를 반영하는 CFETS RMB 지수는 이날 장중 97.8에 거래, 1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가는 중국의 행보에 언성을 높이고 있다. 교묘한 이중 환율 게임으로 자국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머징마켓 전반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 8월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가 카자흐스탄과 베트남, 파키스탄 등 이머징마켓 전반으로 통화 평가절하를 부추겼던 것처럼 정책 혼란과 함께 금융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인민은행이 주요 통화에 대한 위안화의 하락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0을 뚫고 내린 지수가 97선까지 밀린 가운데 추가 하락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경쟁적인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ANZ(호주뉴질랜드)은행의 쿤 고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CFETF RMB 지수가 95~96 선까지 떨어질 경우 위안화 움직임을 둘러싼 경계감이 크게 증폭될 것”이라며 “특히 아시아 수출 경쟁국을 중심으로 논란이 고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상승 반전할 경우 중국 금융시스템에 커다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정책 기조에 한 풀 꺾인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회복, 위안화가 신흥국 통화와 달러화에 대해 동반 하락할 경우 중국뿐 아니라 이머징마켓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크레디트 스위스(CS)는 지난 5일자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달러화와 그 밖에 주요 통화에 동반 평가절하될 경우 이머징마켓 통화에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오는 7일 발표되는 중국 외환보유액 현황 데이터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IB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외환보유액이 지난해 10월 증가 이후 재개된 감소 추세가 3월에도 지속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