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 1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자 트레이더들 사이에 일본은행(BOJ)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실상 정책자들의 승률이 25%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BOJ가 실제로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을 단행한다 하더라도 엔화 움직임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칠 뿐 추세를 꺾어놓지 못한다는 얘기다.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BOJ의 환시 개입은 장기간에 걸쳐 끊임 없이 이뤄졌다. 과거 1991년과 2004년 사이 수 차례에 걸쳐 개입에 나섰고, 2010~2011년 사이에도 개입 카드를 꺼낸 일이 비일비재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1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 사이 시행한 환시 개입 가운데 75%는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개입 직후 약세를 보였던 엔화가 곧 랠리를 재개했다는 얘기다.
심지어 2011년 3월 쓰나미가 강타한 직후 단행한 환시 개입 역시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지 못했다. 불과 40일 이후 엔화는 강세 흐름으로 반전했다.
최근 엔화의 급등 후 투자자들 사이에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번졌고, 일부는 상승 베팅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개입 효과를 둘러싼 냉소적인 반응 역시 상당하다. 엔화 환율의 추세적인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ING 그룹은 이날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BOJ의 환시 개입이 단기적이나마 효과를 냈던 것은 다른 선진 7개국의 공조가 이뤄졌을 때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했다. 장중 달러/엔 환율은 107.65까지 밀린 뒤 108엔 선으로 복귀했다.
일부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05엔 선까지 밀려도 BOJ가 개입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제프 그린버그 UBS 매크로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BOJ가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지양한다는 주요 20개국(G20) 회의 결론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때문에 엔화는 무질서한 상승 랠리를 연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월가의 애널리스트 사이에는 BOJ가 환시 개입 대신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오는 28일 통화정책 회의까지 엔화 상승이 지속될 경우 BOJ가 이를 좌시하기 어렵고, 중장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환시 개입보다 소위 ‘머니 프린팅’을 동원할 여지가 높다는 판단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