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카카오가 대리운전 O2O(온·오프라인 연결) 서비스 '카카오드라이버'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암초를 만났다. 수수료 정책을 둘러싸고 대리기사 단체와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와 대리기사 사이의 잡음은 대리기사 단체끼리의 내분으로 번지고 있다. 카카오가 기존 사업자들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골목 상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대리운전 업계에 따르면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최근 카카오에 수수료 조정을 위한 논의를 제안했다.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카카오와 관련 논의를 진행한 대리기사 대표 단체 중 하나다. 이들은 카카오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본사 항의 집회를 비롯한 조치를 강경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가 된 것은 수수료 20% 정책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카카오드라이버의 운행 수수료를 전국적으로 20%로 통일하겠다고 결정했다. 그간 대리기사들이 운행 요금의 20~40% 가량을 대리운전 업체에 납부했던 것에서 낮춘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카카오 제공> |
수수료 정책을 두고 대리기사 단체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놨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했지만 전국대리기사협회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드라이버의 시장 점유율을 30%로 가정하면 연간 수수료 매출을 2000억원 가까이 올릴 수 있어 수수료를 더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것.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은 "수도권의 경우 20%이고 지방은 차이가 있지만 평균 25% 가량이라 기존 수수료가 40%까지 된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며 "수수료를 낮출 여지가 충분한데도 기습적으로 정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갈등은 대리기사 단체들의 내홍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일부 대리기사들이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의 법적 자격을 문제 삼아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다. 해당 노조는 그간 카카오와 서비스 관련 논의를 이끌었던 단체다. 때문에 이들이 카카오와 맺은 양해각서(MOU)도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진정서를 제출한 한 대리기사는 "전국대리운전노조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노동조합신고필증을 받지 않은 불법 노조"라며 "MOU 체결 대가로 카카오에게 부수를 받는 등 논의 단계부터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계자는 "전국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의 경우 노조설립신고필증이 있다"면서 "양해각서는 법적 자격과 관계없이 상호동의하면 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대리기사 단체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골목 상권 이슈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는 그간 대리기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대리기사들이 등을 돌릴 경우 기존 사업자들의 밥그릇만 빼았는다는 논란이 점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콜 택시, 대리운전, 동네 미용실 사업까지 진출하면서 골목 상권 침해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며 "수수료 논란이 이어지면 카카오가 수익화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업 당사자인 카카오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20% 정책을 고수하며 서비스 출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리기사 단체들과 충분히 논의할 만큼 수수료 정책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면서 "현재 기사 모집이 진행되고 있어 예정대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