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엔화의 강세가 단순히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실패와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표면적인 배경이 상당 부분 설득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이면에 미국 주식시장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매커니즘이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야기의 뿌리는 과거 미국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거대한 버블 붕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닷컴 버블 붕괴와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다.
역사적인 재앙이 공통적으로 일본 증시와 특정 패턴을 형성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투자자들은 드물다.
하지만 14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당시 뉴욕증시의 S&P500 지수 폭락과 자산 버블이 무너져 내리는 위기 상황이 본격화되기 수 개월 전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가 정점을 찍은 사실을 부각시켰다.
물론 미국은 일본에 비해 경제 규모가 현격하게 크고, 주식시장의 유동성이나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 측면에서도 차별화 됐다. 미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것이 투자자들 사이에 일반적인 견해이며, 여기에는 일본 증시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과거 기록적인 자산 가격 폭락에 일본증시가 말하자면 경고음을 냈던 것은 미국의 재정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FT의 설명이다.
눈덩이로 불어난 재정 적자로 인해 세계 1위 경제국이라는 타이틀에도 미국은 1980년 이후 최대 채무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 정부가 해외 채권자들의 국채 매입에 재정을 크게 의존하는 가운데 일본은 GDP 대비 채권액을 기준으로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증시는 글로벌 자산 시장을 선도하는 것으로 비쳐지지만 실상 세계 최대 예금자인 동시에 투자자인 일본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 FT의 주장이다.
S&P500 지수를 달러화에서 엔화 기준으로 변환할 때 그림은 더욱 명확해진다. 과거 15년 사이 일본의 해외 투자자 비중이 점진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엔화 기준으로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미국 S&P500 지수와 강한 동조 현상을 나타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엔화의 향방이다. 일본 투자자들이 고수익률을 찾아 해외 자산을 매입할 때 엔화를 매도해야 하고, 이에 따라 엔화 하락과 글로벌 증시의 상승이 연출된다.
그리고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에서 발을 빼고 투자 자금을 국내로 환수할 때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는 한편 해외 증시가 하락 압박을 받는다.
최근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일보 후퇴했다. 상당수의 외환시장 전문가들이 엔화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가장 최근 달러/엔 환율이 100엔 아래로 떨어졌을 당시 S&P500 지수는 1650선에서 거래됐다. 이를 감안, 엔화와 일본 및 미국 증시의 과거 패턴이 이번에도 성립한다고 전제하면 S&P500 지수가 20% 폭락할 리스크가 잠재된 셈이라고 FT는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