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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제로' 시대 국채시장 시한폭탄 숨었다

기사등록 : 2016-04-15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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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커브 드러눕고 듀레이션은 수직 상승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7조달러에 이르는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가운데 듀레이션이 시한 폭탄과 같은 잠재 리스크로 부상했다.

독일부터 베네수엘라까지 국채 매입으로 투자자들이 쏠쏠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지만 숨은 리스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맨해튼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채권의 듀레이션은 금리가 1%포인트 등락할 때 채권 가격의 변동폭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채권일수록 듀레이션이 높다. 투자자들이 감내하는 리스크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문제는 글로벌 국채 수익률이 전례 없는 하강 기류를 탄 한편 장기물 채권 발행이 급증한 데 따라 듀레이션이 가파르게 치솟았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연초 독일 10년물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4%를 웃도는 수익률을 냈고, 1년 전 베네수엘라 국채에 베팅한 트레이더들은 27%의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발행한 쿠폰 금리 1.4%의 40년 만기 국채는 지금까지 34%에 달하는 랠리를 연출했다.

지난 12일 프랑스는 50년 만기 국채를 쿠폰 금리 1.75%에 발행했다. 유로존의 부채위기 이전 같은 만기의 국채가 쿠폰 금리 4%에 발행된 것과 현격한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국채 시장 강세에 투자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듀레이션 상승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경고다.

특히 유럽 지역의 가파른 상승이 두드러진다. 시장조사 업체 마르키트에 따르면 유로존 국채시장을 추종하는 아이복스 유로 국채 인덱스의 듀레이션은 최근 7.2년으로 집계됐다.

2006년 5년을 밑돌았던 듀레이션은 2011년까지만 해도 6년 내외를 기록했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과 장기물 채권 발행 증가로 크게 치솟았다.

듀레이션이 상승할수록 채권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를 반영해 일드커브가 가파르게 높아지게 마련이다.

장기물 채권을 매입하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커다란 리스크를 감내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높은 수익률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 전역으로 일드커브가 완만하게 드러눕는 플래트닝 현상이 이미 크게 확산됐고, 추세는 더욱 심화되는 실정이다. 장기물 국채 수익률이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2년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부양책이 본격화된 시점에 2%를 넘어섰던 일본 4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말 1.5%까지 떨어진 데 이어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시행으로 인해 0.5% 아래로 밀린 상태다.

일본 국채가 투자자들 사이에 안전자산으로 통하지만 금리가 반등할 경우 장기물 국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커다란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경고다.

일드커브의 플래트닝이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 완화정책의 결과에 해당하지만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금융업계 입장에서는 커다란 난관이다. 특히 장기물 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보험사와 연기금 등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펀드매니저들이 듀레이션은 물론이고 신용 리스크까지 감내하면서 위험한 베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물 채권을 매입할 경우 리스크를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실상 손실 위험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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