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드커브 플래트닝이 주요 선진국에 확산돼 주목된다. 이는 전통적으로 성장률 둔화나 침체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로 통하는 것이어서 일부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양책과 제로금리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만연한 사실을 감안할 때 일브커드를 교과서적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일드커브는 경기 침체 리스크보다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맨해튼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미국 2년물과 10년물의 일드커브는 이번주 들어 110bp까지 밀렸다. 이는 8년래 최저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가 크게 꺾이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90% 아래로 하락, 일드커브가 드러눕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일드커브가 일제히 하강 기류를 타고 있다.
특히 일본의 국채 수익률 하락이 두드러진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 이후 2년물 수익률이 마이너스 0.11%까지 밀리면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고, 10년과 20년물 수익률 역시 각각 0.05%와 0.74%까지 떨어졌다.
오사키 수이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채권 전략가는 “궁극적으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이 머지않아 벌어질 것”이라며 “변동성 확대와 동시에 일드커브가 더욱 플래트닝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최근 일드커브의 움직임이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것인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과거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경제가 침체를 맞았을 때 일드커브의 플래트닝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1980년 이후 5차례의 미국 침체와 같은 기간 3차례의 영국 침체가 모두 그러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 지표가 경기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어 투자자들은 선진국의 일드커브 위축이 더욱 반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일드커브가 과거와는 성격이 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각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지표가 변질됐다는 얘기다.
레나 코밀레바 G플러스 이코노믹스 이사는 “일드커브의 매커니즘이 과거에 비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오늘날 일드커브의 형태는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QE) 등 중앙은행의 기능과 깊게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일드커브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바로미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이 실물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톤 헤세 모간 스탠리 유럽 채권 전략가는 “중앙은행의 QE가 없었다면 일드커브가 현 수준보다 가파를 것”이라며 “일드커브가 거시경제에 대한 정확한 신호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투자자들 사이에 크게 번지고 있고, 핵심 원인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