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여소야대'로 막을 내린 20대총선에서 나타난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판은 준엄했다. 여당의 오만과 탐욕을 징계하면서 야당의 독선도 경계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패배를 안겨줌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유권자들이 외면한 반면, 국민의당에는 '호남자민련'이란 한계를 주었다. 이번 총선결과로 드러난 국민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3당이 협치해서 경제를 살려라"는 것이다. 한국경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협치해야 할 것인지 뉴스핌이 짚어봤다.
[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대총선 결과 여당이 참패했다고 해서 경제정책의 내용과 방향이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국제기구에서도 한국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방법과 전략에 있어서는 변화된 '여소야대' 상황에 맞게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8일 20대 국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방향과 야당과의 협치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책방향이 틀렸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내용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세부전략은 지금부터 가다듬어 봐야 한다"며 "특히 서비스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등 야당과의 절충이 필요한 세부법안별로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결론적으로 서비스산업 발전 등의 경제활성화와 노동·공공·금융·교육 4대 부문 구조개혁을 골자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진단이다. 다만 여소야대 국회임을 감안해 야당을 설득하는 소통방법과 법안통과의 우선순위 등에 대한 전략은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지난 13일 총선 이후 청와대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20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고 사명감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과 경제혁신 3개년 개획을 마무리하도록 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침체와 북한의 도발 위협을 비롯한 대내외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들이 중단되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이루어져 나가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최근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도 선거 때문에 구조개혁이 지연될 경우 우리나라 신용 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며 "상황이 엄중한만큼 수석들은 고용, 소비, 투자, 수출 등 모든 부문에서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책을 내각과 함께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더 많은 일자리를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일자리 중심의 국정 운영을 강화하면서 체감도 높은 일자리 대책과 노동개혁의 현장 실천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도 "창조경제 정책추진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노동개혁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신념하에 이를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추진중인 노동개혁을 위해선 국회, 특히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사안임에도 총선 직후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기존 정책이나 국정과제들을 추진함에 있어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입법권력을 쥐게 된 야당이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정책과 법안처리에 협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점이다.
123석으로 원내 1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과 38석의 의석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각각 '경제민주화'와 '공정성장'을 경제정책 담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포장은 조금 다르지만 양당의 경제정책 근간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과 이익공유제 등을 이용해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경제활성화 및 구조개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정책과는 추진목적과 방향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 FT·AP 등 "박 대통령, 소통·협력의 리더십으로 바꿔야"
관건은 박 대통령의 소통능력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경제민주화와 공정성장이 필요한 만큼 야당과의 적극적 대화를 통해 필요한 쟁점법안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협조를 구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4년 11월 한국 총선에 해당하는 중간선거 결과 야당인 공화당에 상하 양원의 다수당 지위를 뺏겼다.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야당 의원들과의 적극적인 '골프정치' 및 '만찬회동'을 통해 ▲불법 이민자 추방 유예 이민개혁 행정명령 강행 ▲오바마케어 합법화 ▲이란 핵협상 타결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등의 업적을 착착 쌓아가며 '여소야대' 상하원 구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AP통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GfK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미국 성인 10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호감도 조사에서 오바마는 53%로 미국 대선 경선후보 5명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여야 1위 후보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40%,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26%에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매주 일요일 주례연설을 하고 수시 기자회견에 나서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브리핑에도 나선다. 기자회견도 의례적이지 않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생중계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8일 발표한 4월 셋째 주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조사 결과 31%가 긍정평가했고, 62%는 부정평가했다.<그래픽=뉴시스> |
반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총선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직후 이틀(14~1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1.5%로 전주(4~8일)보다 8.1%p(포인트) 급락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2.3%를 기록, 전주대비 7.8%p 급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총선에서 한국인들은 부진한 경제와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로 보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며 "정치 분석가들은 박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에서 소통하는 접근법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일 것이라고 지적한다"고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P통신도 "새누리당의 패배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이다. 비판자들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경하고 타협하지 않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이제 국회의원들과 대화하고 의사소통하며, 필요하다면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