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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 105엔이 개입선? "오리무중"

기사등록 : 2016-04-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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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엔저 개입 명분 없어"…전문가 의견도 엇갈려

[뉴스핌=김성수 기자] 일본 지진과 국제유가 급락 여파 속에 엔화 강세를 지속하자 앞으로 엔화 행보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외환당국자들이 통화 강세를 우려하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지만 미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가운데,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안개 속에 빠졌다.

최근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엔화, 안전자산으로 강세… 아시아 통화는 '추풍낙엽'

한국시간 기준 19일 오후 1시 38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전날 종가(뉴욕시장 기준)보다 0.22% 상승한 109.05엔을 지나고 있다.

전날 달러/엔은 107.75엔으로 추락하면서 18개월래 최저였던 107.63엔에 근접해졌다.(엔화 강세) 올 들어 엔화 값은 미국 달러대비 11% 상승하면서 강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카타르 도하 산유국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동결 합의가 결렬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했고, 일본 구마모토에서 강진이 발생해 안전자산 선호가 촉발된 영향이다. 

닛케이지수는 전날 3% 넘게 급락했고, 상하이종합주가지수와 선전성분지수, 홍콩 항셍지수 및 H지수 등 주요 아시아 증시들도 1% 넘게 하락했다. 호주 달러, 싱가포르 달러 등 주요 아시아 통화 가치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일제히 하락했다. 말레이시아 링깃은 국제유가 급락 충격까지 겹쳐 달러대비 1% 넘게 급락했다.

웨스트팩 뱅킹의 아임레 스파이저 시장 전략가는 "(유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상품 통화는 매도하고 안전자산 엔화를 매수했다"고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스테판 워럴 크레디트스위스 일본 주식 세일즈 담당 이사는 "지진으로 거시경제 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엔화 약세가 급격히 되돌려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산유국 회의에서 동결 합의가 무산된 데다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 표결 등 지정학적 위험도 다소 발생했다"고 말했다.

톰 케니 ANZ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하락하면 일본은 경상수지나 무역조건이 개선된다"며 "이는 엔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 미 재무 "엔화 강세 불구 개입 명분 없어"  

일본이 지난 주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주요국으로부터 엔화 약세 용인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것도 당분간 엔화 강세 전망에 힘을 실었다.

당시 G20 회의에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외환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일 경우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며 개입 의지를 드러냈으나,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이 바로 반발해 양국 간 미묘한 엇박자가 나타났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 <사진=블룸버그통신>

루 재무장관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엔화 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외환시장 질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루 장관의 발언은 아소 다로 재무상의 환율 개입 시사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성격이 짙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미국이 일본의 엔화 약세 개입을 더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의 환시 개입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해석했다.

ANZ의 케니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엔화의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해 계속 우려를 드러냈다"며 "그러나 미국의 반대로 인해 개입 가능성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논평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려면 국제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단독으로 움직인다면 역사적으로 그랬듯 엔화 강세를 막는 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강세로 고통을 받는 것은 일본 밖에 없다"며 "거의 대부분 국가들이 미약한 성장세로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3년간 지속됐던 엔화 약세를 더는 용인해줄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엔화 개입 소용없다" vs "105엔 개입"

문제는 엔화 강세가 일본 증시 및 경기 상황에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올 들어 엔화가 달러대비 11% 절상되는 등 강세를 지속하면서 일본 정부에서는 수입품 가격이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도 억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신화/뉴시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4일 자 CNBC방송에 출연해 시장에서 달러화 약세로 합의가 있었다는 루머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엔화 강세가 경제 전망을 하향수정하는 요인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로다 BOJ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개월간 엔화 강세가 진행되면서 BOJ의 2% 물가상승률 달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이는 추가 완화책 도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일본 당국은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CS의 분석가들은 엔화 값이 이미 심하게 저평가된 상태기 때문에, 일본 당국이 개입한다 해도 현재의 엔고 흐름을 멈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스탠다드차타드(SC)의 에릭 로버트슨 외환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엔 환율이 105엔에 근접하면 (당국의)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BOJ가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실탄이 바닥났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엔화 강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BOJ는 이달 27~28일에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하는데, 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쓰지 않는다면 시장의 실망감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로다 총재는 그동안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완화를 실시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바 있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BOJ 통화정책은 특정한 환율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지만 환율 움직임을 항상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항상 강조했듯, 2% 물가상승률 목표를 가장 빠른 시일 내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필요시 주저없이 추가 완화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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