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일본은행(BOJ)이 오는 27~2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어떤 부양책 카드를 꺼내들지를 놓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20일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중앙은행의 존재가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는 향후 BOJ가 ETF 매입 규모 확대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BOJ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에서 마이너스 금리 추가 인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 조합이 제시됐으나, 뚜렷한 정답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블룸버그통신> |
◆ CLSA "ETF 매입할 최적 타이밍"
미국 유력 금융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의 니콜라스 스미스 전략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일본 증시의 상승세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BOJ가 이번 회의에서 ETF 추가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미스 전략가는 "일본 증시의 상승률은 경제 주체들의 소비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도쿄에서는 증시 움직임과 럭셔리 품목의 판매 실적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올 들어 10.6% 급락하면서 미국 S&P500지수의 1.89% 상승과 괴리되는 흐름을 보였다. 또 현재 일본 증시는 역사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저렴한 수준에 와 있다는 평가다. MSCI 일본지수는 예상 주가수익배율(PER)이 12.6배로, 장기 평균치인 17.1배를 큰 폭 밑돌고 있다.
스미스는 "일본 증시의 시장 가치가 극단적으로 하락했다"며 "증시에서 하위 8개 섹터가 장기 주가순자산배율(PBR)보다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BOJ가 이제 일본 국채를 매수할 여력이 바닥난 가운데, 일본 주식을 사들이기에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모간스탠리는 BOJ가 ETF 매입 규모를 늘리는 대신, 국채매입 규모를 소폭 늘리면서 연간 본원통화 확대 규모를 현재의 80조엔에서 90~100조엔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기업들 "별로"
이 밖에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실제 기업들의 호응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GCI 자산운용의 아와시게 다츠히로 수석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BOJ가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1%인 현 수준에서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츠히로 전략가는 "BOJ는 -0.5%까지 인하해 시장에 금리인하가 계속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등 다각도로 부양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마이너스 금리를 반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는 일본의 510개 중·대형 기업들을 대상으로 익명으로 이뤄졌으며, 전체 기업 중 78%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한 화학업체의 메니저는 "BOJ의 통화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추가 완화책이 실시될 경우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만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BOJ는 마이너스 금리가 대출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설문에 응답한 기업의 65%는 마이너스 금리가 실시된 이후에도 자금조달이나 설비투자에 아무 영향이 없었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