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매우 불확실하며 IMF를 비롯한 주요 기관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 전망치를 내려 잡고 있고, 청년 일자리 문제,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어려운 숙제도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생산가능인구가 내년부터 감소하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노동시장에도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며 "국가 채무도 올해 처음으로 GDP 대비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고령화 진전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 복지 포퓰리즘 확산 등으로 정부 재정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는 향후 재정 운용 방향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 ▲4대 구조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뒷받침 ▲잠재성장률 하락과 고령화 등에 대비한 중장기적 관점의 근본적 대책 마련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과 관련해선 "세계 경제 침체는 그 끝이 보이지를 않고, 국내 경기는 아직 명확한 회복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제 활력을 유지하고, 구조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정 조기집행 방향에 대해선 "내년에도 대외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탄력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채무에 대한 부담으로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재원 하에서 재정의 경기보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재정지출 효율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서 불요불급한 사업을 정비하고 여기서 마련된 재원으로 성장동력 확충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일자리 창출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고 있는 만큼 재정도 일자리 창출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두고 강력한 일자리 사업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둘째 4대 구조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뒷받침과 관련, 박 대통령은 "정부는 경제혁신과 구조개혁을 통해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자 노력해왔다"며 "4대 구조개혁을 포함한 우리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IMF나 OECD 등으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았고, 국가신용등급 상승도 우리나라의 강력한 구조개혁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핵심 개혁과제가 24개였는데 거기에 규제 프리존이 추가돼서 지금 우리 핵심 개혁과제가 25개가 됐다. 이 25개 핵심 개혁과제를 포함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서 일자리라는 구체적 성과를 국민들께 돌려드려야 한다"며 "노동개혁 4법, 대학구조개혁법 등 구조개혁 관련 법률의 입법 노력을 지속하면서 4대 구조개혁을 현장에서 뿌리 내리고 확산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공공부문에서 구조개혁을 선도할 수 있도록 120개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에너지·환경·교육 등 3대 분야 기능 조정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량 강화와 문화창조융합벨트 정착을 통한 창조경제 생태계 강화, 규제 프리존 도입, 서비스산업 발전 전략 수립, 시행 등도 국가 재정이 적극 뒷받침해야 하겠다"고 주문했다.
이어 "일·가정 양립과 일·학습 병행제, 고용복지플러스 센터를 통한 일자리 지원과 기업형 임대주택 활성화,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주택연금을 통한 고령층 생활 안정 등도 차질 없이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크라우드 펀딩과 기술금융 활성화, 핀테크 육성 등을 통해서 중소기업과 창업기업 지원에 민간이 참여하고 정책금융 기관의 미래 신산업에 대한 지원도 체계화해 나감으로써 재정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셋째 잠재성장률 하락과 고령화 등에 대비한 중장기적 관점의 근본적 대책과 관련해선 "그동안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던 재정은 국제적으로 건전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재정의 책임성이 무너지고 복지 포퓰리즘이 확산될 경우 순식간에 악화될 수가 있다"며 "지금 우리의 인구구조와 비슷했던 90년대 일본이 복지 지출 급증 등으로 불과 10년 만에 국가 채무 비율이 2배 이상 급증했던 사실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다"고 경계했다.
또한 "이런 점에서 채무 준칙 등을 법제화해서 재정 건전성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장기 재정 건전성 관리는 우리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인 만큼 재정건전화특별법, 페이고 제도화 등에 대한 취지와 내용을 성심성의껏 설명을 해서 국회에서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포퓰리즘적 내용을 담은 법안이나 사업은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며 "그 폐해를 국민 모두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소상하게 알려서 낭비되는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여소야대(與小野大) 의석수를 무기로 복지 포퓰리즘 법안을 쏟아낼 것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중앙재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했던 사회보험과 지방재정의 개선에도 힘써주기를 바란다"며 "사회보험과 지방재정은 인구구조의 변화, 지자체의 선심성 사업 추진 등으로 머지않아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방재정의 경우 군살은 과감하게 빼고 꼭 필요한 곳에 재투자해서 재정 투자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지방재정 개혁은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 전체의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임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부 지자체 및 지방교육청들과 갈등을 빚었던 누리과정(만 3~5세) 예산편성 문제와 관련해선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 등 새로운 제도를 잘 도입하고 국민들과 국회에 잘 알려서 정책이슈인 교육문제가 엉뚱하게 정치쟁점화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끝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여러분들이 부처 장관이 아니라 국무위원의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며 "부처 입장 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특정집단의 이익이 아닌 국가 전체의 이익이 되도록 재정개혁과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바람직한 결론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에 1세션이 시작됐으며 오후 2시에 2세션이 열린다. 1세션에서는 중장기 재정전략 및 재정개혁 추진방안, 핵심 재정개혁 과제에 대한 보고와 토론이 진행중이며 2세션에서는 각 분야별 재정개혁 과제에 대한 보고와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과 관계부처 차관, 민간전문가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