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이탈, 이머징마켓으로 밀물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해 선진국 시장으로 ‘사자’가 집중됐던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양상이다.
특히 신흥국 채권시장이 뭉칫돈을 흡수하는 모습이다. 반면 지난 3월 이후 선진국 증시가 상승 추이를 탄 사이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무게를 실었다.
주요 통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22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한 주 사이 주식 펀드에서 73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는 9주간 최고치에 이르는 규모다.
특히 미국과 일본 주식펀드에서 각각 42억달러와 26억달러가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주식시장의 자금 유출은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자금 유출 기간 역시 2012년 2월 이후 최장기 기록이다.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공격적인 부양책에도 지난주 21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11주 연속 ‘팔자’를 나타냈다. 이는 2010년 5월 이후 최장기에 해당한다.
이달 들어 일본 증시가 5% 가량 뛰었고, 유럽과 미국 증시 역시 각각 3.3%와 1.5% 상승했지만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에 대한 베팅하기 보다 발을 빼는 움직임이다.
글로벌 자금을 흡수하는 곳은 채권시장이다. 특히 이머징마켓 채권이 신용 리스크 경고에도 뭉칫돈으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주 총 49억달러의 자금이 채권펀드로 유입된 가운데 투자등급 채권에 29억달러가 밀려들었고, 신흥국 채권시장에도 13억달러에 이르는 ‘사자’가 봇물을 이뤘다.
업계에 따르면 이머징마켓 채권펀드는 최근 9주 연속 자금 유입을 기록했고 밀려든 자금이 총 92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3년간 102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시장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5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리퍼가 제시한 데이터에서는 하이일드 본드 펀드로 지난주 4억1000만달러의 ‘사자’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중순 이후 국제 유가를 포함한 상품 가격이 강한 상승 탄력을 보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온’ 움직임이 회복된 가운데 주식보다 고수익률을 제시하는 채권의 유동성 흐름이 뚜렷하게 개선된 셈이다.
테리 샌드번 US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 주식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유가 향방이 투자자들 사이에 관심의 초점”이라며 유가가 추세적인 안정을 이룰 때까지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경계감이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주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산유국 회의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란의 원유 생산 동결 없이 합의를 이룰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한 데 따라 별다른 결론 없이 종료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