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홍콩 달러화의 하락에 공격 베팅했다가 피멍이 들었던 헤지펀드 업계가 이번에는 파운드화에 일격을 맞았다.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리스크로 인해 파운드화가 하락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측, 약세에 전력 베팅했으나 최근 파운드화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았기 때문.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캠페인의 머그컵 <출처=블룸버그통신> |
연초 이후 파운드화 하락 포지션은 헤지펀드뿐 아니라 외환시장 트레이더들 사이에 널리 확산된 전략이다. 6월 국민투표가 가까워지면서 파운드화의 약세 흐름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
실제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파운드화는 가파르게 떨어졌다. 또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경제에 발생할 충격에 대한 경고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파운드화는 예상 밖의 강세를 연출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달러 환율은 지난 2월 하순 1.39달러까지 밀린 뒤 최근 1.46달러로 반등했다.
파운드화는 최근 유로화에 대해서도 뚜렷한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파운드화 하락 포지션을 대폭 확대했던 헤지펀드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파운드화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정책 기조가 달러화를 끌어내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브렉시트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경계가 과도했다는 해석도 투자자들 사이에 제기됐다.
이날 헤지펀드 리서치에 따르면 채권과 외환 투자에 주력하는 매크로 펀드가 지난달 1.1%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캑스턴이 지난달 4%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고, 매크로 헤지펀드 업체인 루비콘 역시 지난달 손실 폭이 7.4%에 달했다.
앞서 캑스턴은 파운드화가 추세적인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점친 바 있다. 루비콘도 달러화뿐 아니라 유로화와 위안화까지 주요 통화 전반에 대한 파운드화 하락에 베팅했다가 눈덩이 손실을 떠안았다.
이안 거너 애틀란타 웰스 펀드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파운드화는 외환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라며 “하지만 6월 국민투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파운드화의 방향을 예측하는 일이나 특정 베팅을 통해 수익률을 내는 일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파운드화 숏베팅 포지션이 대폭 늘어난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파운드화의 하락이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