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개인 투자자들이 올들어 환헤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앞다퉈 발을 빼고 있다. 달러화 하락에 따른 해외 주식 투자의 환차익을 얻으려는 움직임이다.
6일(현지시각)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환헤지 ETF에서 약 65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 <출처=블룸버그통신> |
지난해 400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던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관련 펀드의 ‘팔자’가 사실상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를 밝힌 데다 1분기 미국 성장률과 4월 고용 등 굵직한 거시경제 지표가 부진해 달러화 약세 전망이 우세한 만큼 환헤지 ETF의 자금 유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해외 증시 투자 수익률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가령, 지난해 MSCI EAFE 지수는 현지 통화 기준으로 2.7%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달러화가 16개 주요 통화에 대해 8.6% 뛴 데 따라 달러화 기준으로는 3.3% 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올해 달러화가 5% 떨어진 데 따라 MSCI EAFE 지수가 현지 통화 기준으로 8.7% 하락했지만 달러화 기준으로 손실은 4%로 축소됐다.
해외 통화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낼 때는 환율 등락에 노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지 통화 상승분만큼 환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환헤지 ETF에서 자금이 대폭 빠져나간 것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일본 펀드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환 노출에 따른 반사이익이 쏠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환헤지 ETF의 유동성 급반전은 외환시장의 변동성과 환율 예측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모닝스타는 개인 투자자들이 특정 통화의 방향과 타이밍을 정확하게 예측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는 투자은행(IB)도 마찬가지다. 최근 골드만 삭스는 엔화 하락 전망을 수정,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폴 보스 뱅가드 그룹 투자전략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환헤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택해야 하며, 잦은 설정과 해지를 반복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달러화는 하락했다. 4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16만건에 그친 것으로 집계된 데 따라 달러화는 장중 엔화에 대해 0.5% 내렸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0.1% 가량 완만하게 떨어졌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