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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글로벌 투자 부진, 우리경제 성장률 연평균 0.21%p 까먹어"

기사등록 : 2016-05-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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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환경 변화에 탄력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산업구조 필요"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투자 비중이 축소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0일 '글로벌 투자 부진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투자 부진은 투자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투자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에 집중하고 있어, 글로벌 투자수요에 비교적 크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 글로벌 투자 부진은 투자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작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국제산업연관표 자료(WIOD)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국내총생산(GDP)은 다른 국가에 비해 글로벌 투자수요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수입중간재 투입을 제외한 부가가치 기준)은 글로벌 투자수요에 영향 받는 부분이 전세계 평균(33.7%)보다 훨씬 큰 47.9%로, 분석대상 국가 중 수출의 글로벌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국가 전체의 GDP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GDP 중 글로벌 투자에 영향 받는 부분(15.5%)은 전세계 평균(6.4%)에 비해 2.4배 크게 나타났다.

나아가, 우리 경제가 글로벌 투자부문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에서 세계경제 성장률이 글로벌 투자 부진에 의해 하락할 경우 우리 경제에 더욱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1%p 하락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은 평균적으로 0.8%p 하락하고, 세계경제 성장률이 전적으로 민간소비 혹은 정부소비에 의해 1%p 하락하는 경우에는 우리 경제성장률이 각각 0.41%p, 0.25%p 떨어졌다. 반면, 전적으로 투자에 의해 하락하는 경우에는 우리 경제성장률이 다른 경우보다 훨씬 큰 1.17%p 하락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러한 결과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일정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 부진으로 최종수요의 구성만 변동돼도 우리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세계 GDP 중 민간소비 비중이 1%p 상승하고, 투자 비중이 1%p 하락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은 0.76%p(1.17%p - 0.41%p) 하락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료=한국개발연구원>

산업별로는 전기전자제품, 기계, 금속, 운송장비 등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이 글로벌 투자 부진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산업 중 투자와 밀접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들이 글로벌 투자 부진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글로벌 투자 비중의 축소만으로도 우리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0.2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연구위원은 "세계 최종수요 중 민간소비와 정부소비의 비중이 확대되고 투자 비중이 축소된 것이, 2008~2014년 동안 우리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0.21%p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는 2014년 세계 GDP는 동일하나 세계 최종수요의 구성이 2007년처럼 유지됐다는 가상의 경우와 비교해 우리 경제성장률에 대한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2007년 대비 2014년 세계 최종수요의 구성(재고증감 제외)은 각각 0.9%p(민간소비), 0.8%p(정부소비) 및 -1.7%p(투자) 정도 변동됐는데, 이 같은 세계 최종수요의 구성비 변동만으로도 2014년 우리 경제의 GDP는 1.5% 정도 축소, 이를 경제성장률로 환산하면 연평균 0.21%p(1.5%/7년)에 해당한다.

아울러 이러한 세계 최종수요 구성의 변화는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독일(-0.14%p)과 일본(-0.08%p)보다도 우리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독일은 수출 중 글로벌 투자 의존도(38.6%)가 우리 경제(47.9%)보다 낮고, 일본은 GDP 중 수출 기여도(12.3%)가 우리 경제(32.3%)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 부진으로 인해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투자 부진이 단기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도 기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세계경기가 부진해 글로벌 투자도 둔화된 측면이 있으며, 향후 세계경기가 회복될 경우 글로벌 투자도 개선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반면,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채를 확대하며 과잉투자를 했는데,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가 단기적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우리의 주요 수출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생산가능인구 비중의 축소)는 투자 수익률 저하의 요인으로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투자수요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세계경제의 부진이 글로벌 생산성 둔화에 일부 기인하고 있어, 향후 생산성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도 글로벌 투자 부진 또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 우리 산업구조가 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 산업구조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을 경우, 생산자원이 사양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입되면서 정작 유망한 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적극 추진해 우리 사회의 한정된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울러 수요 구조가 소비 위주로 변하고 있는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소비재 수출의 활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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