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최대 IT기업 애플이 실망스런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맥을 못 추는 반면, 애플 공급업체 주가는 오히려 고공행진하는 기현상이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애플과의 거래가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체 시러스 로직과 회로기판 제조업체 멀티 파인라인 일렉트로닉스는 올 들어 주가가 각각 13%, 7% 상승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애플이 2016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13년 만에 처음 감소하면서 주가가 11% 넘게 고꾸라진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놀라운 사실은 애플 의존도가 낮은 기업들이 오히려 주가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MEMS 센서 전문 업체 인벤센스의 주가는 애플이 최근 부진한 실적 발표를 한 이후 25%나 하락했다. 또 반도체 부품 생산업체 스카이웍스는 지난 2주 사이 8% 빠졌고, 전자부품 업체 자빌 서킷과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의 주가도 3% 가까이 떨어졌다. 이 회사 네 곳은 모두 매출에서 애플과의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미만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이 같은 기현상은 일시적인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종목은 가격이 본질가치와 괴리됐을 수도 있겠으나, 애플 의존도가 높은 공급업체들은 이미 애플의 매출 전망 둔화에 따른 충격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11일 자 CNBC뉴스는 그레이스 픽 캐피탈의 브라이언 블레어 분석가가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 대다수는 애플보다 먼저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다음 분기 실적을 저조하게 예상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는 애플이 다음 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매출 410억~430억달러로 제시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오는 9월 발표될 애플의 아이폰7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현재까지 주가가 올랐던 애플 공급업체들도 아예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블레어 분석가는 "애플의 미래 실적을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플의 공급업체들을 눈여겨보는 것"이라며 "애플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신규 기술 비중이 높은 보이스 인터페이스(음성인식) 관련 주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전문가는 애플의 핵심 사업이 아직 견조하다는 점에서 지금이 애플 주식을 매수할 타이밍이라고 주장한다.
스트래티직 웰스 파트너스의 마크 테퍼 회장은 "애플이 더 이상 혁신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줄을 잇지만, 애플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록터앤갬블(P&G)이나 존슨앤존슨(J&J)도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은 건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주가가 각각 50%, 100%씩 올랐다"며 "애플처럼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는 기업들도 부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