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현대그룹이 현정은 회장의 친인척이 경영하는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같은 행태를 막기 위해 2013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대기업집단 소속회사는 이사회 내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해 부당한 내부거래를 막는 견제장치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40대 대기업집단 상장 계열사중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26.6%에 머무는등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내부 통제 장치가 크게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 대기업 상장사 73% 내부거래위 없어…40대 그룹 60% 뒷짐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비롯해 주력계열사 3곳이 상장되어 있지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견제할 수 있는 내부거래위원회를 한 곳도 설치하지 않았다. 재계 순위 18위인 현대그룹이 제일 먼저 매를 맞기는 했지만 다른 대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 8곳을 제외한 40개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계열사 218개 중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26.6%인 58개사에 불과했다.
10대 그룹은 주력계열사를 중심으로 대부분 내부거래위원회를 갖추고 있지만 10대 그룹 이하 20대 그룹 중에는 신세계(11위, 상장사 7개사)와 동부(17위,5개사), 현대백화점(19위,6개사)이 겨우 한 곳씩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상장사를 9곳이나 둔 CJ(12위)나 LS(13위,6개사), 금호아시아나(14위,4개사), 대림(15위,3개사), 부영(16위), OCI(20위,7개사)는 위원회를 둔 곳이 하나도 없다. 총수일가 사익편취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보니 현대그룹과 같은 꼼수 지원 가능성이 늘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그래프 참고).
20대 그룹 이하는 더욱 심각하다. 효성(상장사 6개사), 영풍(6개사), KCC(2개사), 미래에셋(2개사), 동국제강(3개사), 코오롱(6개사), 교보생명(1개사), 태광(3개사), 현대산업개발(2개사), 아모레퍼시픽(2개사), 대성(6개사), 하이트진로(2개사), 한솔(12개사) 등 대부분의 대기업집단이 견제장치가 전무하다.
◆ SK·LG·GS·한진그룹도 미흡…"책임경영 강화해야"
10대 그룹 중에도 SK와 LG, GS, 한진그룹의 내부거래 견제장치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SK는 상장계열사가 17곳이지만 그 중 3개사만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있다. GS도 8개사 중 2곳에 불과하며 한진도 6개사 중 2곳만 위원회를 갖추고 있다.
반면 삼성은 18개 상장사 중 16곳이 내부거래위원회를 통해 부당 지원을 근절하고 있으며, 현대차도 11곳 중 7곳이 위원회를 갖추고 있다.
롯데는 8개사 중 5곳, 현대중공업은 3개사 모두 위원회를 갖추고 있으며, 한화는 7개사 중 6곳, 두산은 6개사 중 5곳에 위원회가 있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LG(상장사 12개사)는 이사회 내는 아니지만 내부거래가 가장 빈번한 주요 계열사 4곳에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부당 지원을 걸러내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위원회 현황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부당한 내부거래를 엄중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 뿐만 아니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서도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위법행위 적발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