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세계 최대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위태, 전성기가 지난 것으로 평가 받는 애플에 전설적인 투자자로 통하는 워렌 버핏이 10억달러의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무엇보다 억만장자 투자자 칼 아이칸이 보유 중이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뤄진 통 큰 베팅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닷컴 버블 당시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술주를 단 한 주도 매입하지 않았던 버핏이 IBM에 이어 IT 업계를 대표하는 애플을 매입하자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AP/뉴시스> |
16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1분기 애플 지분을 981만주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금액은 10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아이폰 판매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월가에 널리 확산되면서 주가가 가파른 하락 압박에 시달린 시점에 역발상으로 대응한 셈이다.
지난해 7월 130달러를 웃돌았던 애플 주가는 1분기 말 108.99달러에 마감한 데 이어 최근 90달러 선 아래로 밀리며 수직하락을 연출했다.
지난 1분기 애플의 매출액은 13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월가의 우려대로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인 아이폰 판매가 둔화된 데 따른 결과다.
투자자들 사이에 비관적인 의견이 쏟아지면서 애플의 시가총액은 지난 13일 장중 5000억달러 선 아래로 밀린 동시에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에 세계 최대 기업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버핏의 애플 지분 매입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아이칸과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행보다. 아이칸은 지분 전량 매도 사실을 밝히면서 애플이 더 이상 포트폴리오의 ‘머스트-헤브’ 종목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애플 아이폰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에 대해 버크셔와 관련한 서적을 다수 출간한 제프 매튜스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버핏의 애플 매입이 매우 타당하다”며 “이제 애플은 IT 기업이라기보다 소비재 제조업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적이 악화고 있지만 애플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고,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한 동시에 상당폭 저평가됐다는 점에서 버핏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 결정이 버핏의 후계자로 꼽히는 토드 콤스나 테드 웨슐러의 판단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들이 최근 수년간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데다 일반적으로 특정 기업에 10억달러 내외를 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버핏은 IBM의 보유량도 1분기 19만8853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IBM의 지분은 총 123억달러로 늘어났다. IBM은 크래프트 하인즈와 웰스 파고, 코카콜라와 함께 버핏의 4대 투자 종목 중 하나다.
이 밖에 버핏은 비자와 디어, 뱅크오브뉴욕멜론의 지분을 늘렸고, AT&T는 전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는 지분 보유량을 축소했다.
한편 이날 애플은 버핏의 투자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장중 2% 이상 뛰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