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내달 6일 필라델피아 세계문제협의회(WAC)에서 연설을 갖기로 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연설 시점이 미묘하다는 의견이다. 투자자들이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6월 통화정책 회의를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인 동시에 5월 고용 지표 발표 3일 후에 ‘입’을 여는 셈이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무엇보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약 3년래 최대 폭으로 뛴 데다 시장의 금리인상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내달 필라델피아 WAC 연설은 이른바 ‘선제적 가이드’가 될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에 따르면 내달 14~15일 열리는 회의에서 연준이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코노미스트가 31%로 집계됐다.
두 번째 긴축을 9월로 연기할 것이라는 의견이 31%로 동일했고, 7월 금리인상을 점치는 이코노미스트가 21%로 나타났다.
특히 국채 선물 트레이더들의 금리인상 전망이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어 옐런 의장의 연설에서 내달 긴축 힌트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앤서니 크로닌 소시에테 제네랄 채권 트레이더는 WSJ와 인터뷰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장 예상보다 조기에 단행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채권 트레이더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상될 때 단기물 채권을 처분하고 자금을 장기물로 옮긴다.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17일(현지시각) 장중 채권시장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연준의 정책 금리 변동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2년물 국채 수익률이 전날 0.786%에서 0.798%로 오른 반면 10년물 수익률이 전날 1.752%에서 1.745%로 떨어진 것.
지난 3월 연준 회의 이후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던 트레이더들은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3년래 최대폭으로 뛰자 내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에 비해 0.4% 상승했다. 이는 2013년 2월 이후 최대 상승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에 안착한 데 이어 50달러 진입을 시도하는 데다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의 전망이 밝아지고 있어 정책자들이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스탠리 앰허스트 피어포인트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와 인터뷰를 통해 “옐런 의장의 연설 시점 자체가 내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부분”이라며 “물가를 포함한 경제 지표 개선을 근거로 들어 6월 긴축에 대한 타당성을 시장에 전달할 여지가 높다”고 내다봤다.
사실 지표를 둘러싼 의견은 투자자나 정책자들 사이에서 엇갈린다. 지표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과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 이어 인플레이션과 주택 지표는 탄탄한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소매 판매와 앞서 1분기 성장률은 금리인상 발목을 잡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브루스 맥케인 키 프라이빗 뱅크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 지표가 청신호를 보낼 경우 시장은 연준의 6월 금리인상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이날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밝히며 시장의 예상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하는 등 정책자들 사이에 매파 목소리가 연이어 나온 가운데 내달 옐런 의장의 연설이 회의 결과의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