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인민은행(PBOC)이 긴장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 달 사이 달러화 하락으로 주춤했던 위안화 역외시장 평가절하와 자본 유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
중국의 자본 유출이 재점화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 투자자들 역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1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0.6% 떨어졌다. 지난 3~4월 1% 올랐던 위안화는 보름 사이 상승분을 절반 이상 토해낸 셈이다.
2014년 최고 4조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을 최근까지 총 8000억달러 탕진한 끝에 간신히 위안화 안정을 이끌어낸 정책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조만간 풀리지 않는 딜레마에 다시 부딪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물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정책자들은 유동성을 방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위안화 약세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문제는 위안화 약세가 국내외 투자자와 기업의 ‘팔자’를 부추겨 역외시장에서 가파른 평가절하를 초래할 여지가 높다는 것. 이 경우 연초 경험했던 시장 패닉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꼽히는 중국 사회과학원은 정책자들에게 시장 원리에 따라 위안화 하락을 용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장기간에 걸쳐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어 통화 가치가 이를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책자들은 이 같은 대응이 고액 자산가와 기업들의 공격적인 해외 자산 매입을 부추겨 걷잡을 수 없는 자금 썰물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치 로 BNP 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가뜩이나 경기 모멘텀이 미약하기 때문에 인민은행은 위안화 하락에 따른 충격을 피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하락에 베팅하는 포지션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는 물론이고 기업들도 ‘팔자’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홍콩의 동사이아 은행은 위안화 하락 여지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 고객들이 달러 매수와 위안화 매도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그린랜드 홀딩 그룹은 해외 자산 매입에 나섰다가 감독 당국으로부터 투자를 제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한편 지난 3월 초 100에 근접했던 달러 인덱스는 이달 초 92 아래로 밀린 뒤 강하게 반등, 최근 94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달 하순 6.46위안에서 최근 6.52위안까지 올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